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을 둘러본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을 둘러본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며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높였으나 결단을 미루며 ‘신비주의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기념관 개관식을 찾았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그의 입에 집중됐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직 사퇴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측근 발(發) 메시지 정치’와 ‘사진 정치’로 신비주의 행보를 보여왔다. 각계 전문가를 만나 ‘대권 공부’를 했다는 소식은 언론을 통해 사후에 사진과 함께 공개됐다.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은 그의 주변인들의 입을 통해 전달됐고, 각계 전문가를 만나 던진 메시지도 윤 전 총장이 만난 전문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개됐다.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던 상황에서 그가 정진석·권성동·윤희숙 등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입당 결심을 굳히고 본격적으로 대권 레이스에 등판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측근을 통해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윤석열 피로감’이라는 반응과 함께 윤 전 총장이 ‘간보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3월에 사퇴하신 분이 너무 숨어서 간보기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빨리 수면 밖으로 나와 정치력을 검증받고 국민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결단을 압박했다.

◇ 윤석열, 입장 발표 언제?

이 같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공개 행보에 나서자 대권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입을 다물었다. 

윤 전 총장은 우당 기념관 개관식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정치 일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것을 저희가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면서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시기와 관련해선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이 이날도 결단을 미룬 것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명확히 결심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YTN에서 “실제 결심이 안 된 것 같다. 마음의 정리가 안 된 상태”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좌고우면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들었던 간보기 정치의 재판 같은 느낌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은 미래 예측 가능해야 되는데 자기 결심을 분명하게 하면서 대중 앞에 언제까지 답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안 하는 건 굉장히 아쉬운 모습”이라며 “본인의 마음 상태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입장 표명을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미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의 시간이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정치 행보에 대해 언급하게 되면 윤석열의 시간이 돼버린다”며 “또 자신이 어떤 메시지를 내면 당권주자들이 유불리를 따져 공방을 벌여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절제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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