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면서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면서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이준석 돌풍’이 ‘광풍’이 돼서 더불어민주당까지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힘이 30대·0선인 이준석 대표를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하면서 쇄신 경쟁에서 밀린 민주당은 ‘꼰대 정당’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4일에는 ‘이준석 돌풍’으로 전당대회를 흥행시킨 국민의힘이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민주당과의 격차를 10%포인트 가까이 벌렸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이준석 광풍’에 맞먹는 쇄신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근택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굉장히 위기다”며 “2030이 예전에는 민주당 지지층이었는데 이번에는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남성들은 거의 넘어갔다. (민주당으로) 가져올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이준석 대표가 있는 한은 가져오기 쉽지 않다”며 “우리 당에 거기에 대항할 만한 사람이 잘 안 보인다. 못 가져오면 (대선에서)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준석 광풍’을 돌파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새롭게 지도부를 선출한 만큼 인물 교체로 이미지 쇄신을 이루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장 가능한 인물 쇄신책 중 하나로 대선기획단을 청년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기획단장 후보군으로 이준석 대표와 같은 30대·0선인 원외 이동학 최고위원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40대인 김해영 전 의원, 최지은 국제대변인, 김한규 법률대변인 등도 기획단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영환·이소영·전용기·장경태·장철민 의원 등 초선 5인방은 대선기획단 위원으로 하마평에 올랐다. 이들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꼽았다가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강훈식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동학 대선기획단장 카드’에 대해 “지금 여러 분들을 다 가능성에 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우리 당에서는 저쪽이 청년이 나왔으니까 이쪽은 청년 맞수로 놓는 것이 방법이냐. 이게 또 하수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까지 마지막 고민을 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이준석 광풍’에도 주목 끌 대안 없어 고민

당 내에선 국민의힘과의 개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공천 개혁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 경쟁은 불가피하다. 민주당도 질 수 없다. 지방선거부터 공천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당원들이 후보자의 검증작업에 배심원단으로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선택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지방의원의 선거 과정에서 지역별 정책토론회와 연설대전을 반드시 열어 이를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광풍’으로 인해 대선 레이스에서도 세대교체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민주당도 더 큰 변화로 시대교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뻔한 인물, 뻔한 가치로는 새로운 시대를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장년층이 쇄신 경쟁을 이끌자는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노장년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들”이라며 “주눅들지 말고 오히려 변화와 쇄신을 혁명적으로 앞장서 이끌어 가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이준석 광풍’이 불자 국민의힘에 뒤지지 않기 위해 뒤늦게 쇄신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여러 번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기재 동국대 겸임교수는 YTN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도 정풍운동을 하면서 뭔가 쇄신을 해나가야 되는데 기회들을 번번이 놓치는 것 같다”며 “4월7일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에 사실 정풍운동이 일어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정도 큰 대패를 당했으면 뭔가 초선의원들이 새로운 당의 흐름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처음에 조국 문제 가지고 거론되다가 오히려 문빠(강성 지지층)들의 문자폭탄 세례를 맞고 반성하는 이런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그 이후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는 송영길 대표가 선출됐지만 사실 흥행을 전혀 거두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단순히 ‘이준석 광풍’에 맞서기 위해 ‘세대교체’에만 치중한다고 해서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해서 단순히 민주당이 세대교체를 하는 것에 천착한다고 국민의 지지가 다시 돌아올까. 아니라고 본다”며 “국민들이 왜 이준석 대표를 당대표로 만들었는지 그 내면에 있는 열망을 제대로 분석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불안감이 기성 정치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출하면서 이준석 대표를 당대표로 만들었다고 본다”며 “집권당인 민주당은 그런 국민들의 마음을 잘 보듬어줄 수 있는 미래 비전과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