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부터 입당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부터 입당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초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여전히 정치권 밖에 머무르며 등판 시기와 방법을 놓고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돌풍을 일으키며 국민의힘 수장에 오른 이준석 대표가 연일 윤 전 총장에게 견제구를 날리며 국민의힘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풍성한 대선주자 군과 함께 문재인 정부에 맞설 빅텐트를 치는 것에 제 소명이 있다”면서도 “우리당 중심의 야권 대통합이라는 것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해,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이 대표는 14일과 15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모순이 오히려 부각돼야만 윤 전 총장이 빛을 발하는 상황이 된다”면서 “문재인 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 말고도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또 “8월 중순 말이면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 많은 분한테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라며 국민의힘 ‘대선 버스’ 출발 시기를 8월로 못 박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최근 윤 전 총장의 연희동 골목상권 방문에 함께 했던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버스가 먼저 출발해도 택시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 고민 깊어지는 윤석열

국민의힘이 ‘이준석 돌풍’으로 지지율 상승세를 타면서 대선 정국에서도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이에 윤 전 총장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당세가 약하다면 윤 전 총장은 ‘꽃가마’를 타고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 있다.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한다고 해도 윤 전 총장을 향한 러브콜이 계속 되면 존재감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준석 돌풍’으로 국민의힘 당세가 강화되면서 덩달아 국민의힘의 다른 대선주자들도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이준석 대표의 입당 압박으로 끌려가듯 국민의힘에 들어갈 경우 다른 주자들과 묶여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YTN에서 “이준석 대표는 ‘이준석 돌풍’을 근거로 자강론을 얘기하면서 안 들어오면 우리 스케줄대로 가겠다라고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지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 윤 전 총장이 들어갈 경우에는 대선주자 여러 명 중의 한 사람이 돼서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고 염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그러나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경우 이준석 대표가 계속해서 위력을 강화하게 되고 하태경 대선후보 등이 새로운 탄력을 받을 경우에는 윤 전 총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조기에 들어가느냐를 놓고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준석 체제가 안착될 것인지를 지켜보다가 여의찮으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을 잡고 제3지대에서 따로 깃발을 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일단 이준석 대표의 ‘대선 버스 정시출발론’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입당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다른 여지를 남기며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는 8월에 대선 버스가 떠난다고 하는데 그 안에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결정 나는가’라는 질문에 “윤 전 총장도 그런 캘린더를 염두에 두고서 국민 여론을 보고 있다”며 “그래서 윤 전 총장의 시간표하고 이준석 대표의 시간표가 상충되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라는 가장 큰 대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국민 여론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그 방법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방법이 있을 수가 있다. 실제로 그런 요구는 많다”면서 국민의힘 입당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국민의힘에 그냥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윤석열식이 아니다, 윤석열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이런 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있다. 아마 늦지 않은 시간에 선택을 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르면 이달 말쯤 직접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향후 대권 행로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이번 달 안에는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달 말쯤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국민의힘 입당 문제는) 윤 전 총장의 말씀은 국민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는 것이고, 윤 전 총장이 조만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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