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 CEO 내정자인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화학적 결합 과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을 전망이다.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법인인 ‘신한라이프’가 내달 1일 닻을 올린다. ‘신한라이프’ 출범을 앞두고 조직개편과 통합 인사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선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라이프 초대 수장으로 내정된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은 공정한 조직문화와 탕평인사를 앞세우며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양쪽 회사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와 뒷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지만… 보직 못 받은 오렌지라이프 부서장급 줄퇴사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합병 법인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 전산 시스템 등 물리적 결합 작업은 거의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사제도 통합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는 상태다. 현재 양사 인사 담당자와 노동조합 측이 인사제도 통합을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성대규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제도와 관련한 부분이 통합작업 중에서 출발이 가장 늦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양사 인사 담당자가 모여 큰 틀을 만들었고, 이를 놓고 노동조합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라이프가 만들어갈 기업 문화의 첫 번째 가치는 공정”이라며 “인사제도와 관련해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성 사장은 양사 간 화학적 결합을 원활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인사 과정에서 ‘공정함’과 ‘탕평’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이달 3일 실시된 임원 인사에서 성 사장의 탕평인사가 윤곽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사 출신을 비슷한 비율로 배치하는 인사를 한 것이다. 

3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이사회를 열고 총 24명에 대한 임원 인사(부사장 3명, 전무 3명, 상무 18명)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에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출신 임원이 각각 12명씩 선임됐다. 다음날 실시된 부서장(챕터장, 소장, 센터장, 팀장) 인사에선 70명의 인사가 이뤄졌는데, 이 중 38명은 신한생명, 32명은 오렌지라이프 출신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양쪽 회사 모두에서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부서장 인사와 관련해선 오렌지라이프 내부에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오렌지라이프 내 주요 관리자급 직원들이 최근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카부장, FC채널부장, 총무부장 등 오렌지라이프 내 핵심 요직에 근무했던 부서장급 직원들이 보직을 받지 못하고 최근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인사를 놓고 사실상 보이지 않는 퇴사 압박이 가해진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이에 대해 오렌지라이프 관계자는 “팀장급 보직을 맡아오던 이들이 이번 인사로 팀원으로 발령이 나자 자발적으로 퇴사를 결정했다”며 “이 과정에서 권고사직 압박이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팀원으로 발령이 난 배경에 대해선 “신한생명의 경우, 팀장이었다가 팀원이 되고, 팀원이었다가 팀장이 되는 등 유연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보직 변화를 관리자급 직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측은 이들이 퇴사를 결정한 후, 예우 차원에서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요 관리자급 직원들의 퇴사가 이뤄지면서 조직 내에선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회사 측은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선 선을 그어왔지만 업계에선 양사 통합 후, 중복되는 업무 인력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인력감축은 불가피하다고 관측해왔다. 양사 합병시 신한라이프의 임직원 수는 2,000명을 넘어서게 된다. 

◇ 신한생명 내부에선 역차별 잡음… 화학적 결합 ‘험난한 여정’ 예고

이에 대해 성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으로 인력 면에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신한라이프가 여러 사업에서 성장함으로써 통합에 따른 인력을 최대한 흡수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회사 측이 당장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조직개편 및 인사 과정에서 기존 고위급 직원들의 퇴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한생명 내부에서도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달 초 신한생명은 통합 후 해피콜센터로 옮겨갈 인력을 자원받기 위한 사내 공고를 냈다. 그런데 대상이 신한생명 사무직으로 한정되면서 내부 잡음이 터져 나왔다. 오렌지라이프 직원들은 이번 해피콜센터 자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는 해피콜업무를 외부업체에 도급을 맡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태다. 신한생명의 경우, 사무직군이 해피콜 업무도 담당해왔다. 양사는 합병 이후 동일 업무에 대해서 동일 고용 형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양사의 운영 형태와 직제가 다르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공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놓고 신한생명 사무직 사이에선 오렌지라이프에서 도급을 맡기던 업무까지 담당해야 하냐며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선 양사의 직군 체계와 보수 등 인사제도가 차이가 있는 만큼 통합 작업이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조직문화 및 영업방식 융합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라이프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성 사장이 화학적 결합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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