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 가운데 가장 먼저 대권 출사표를 던지고 기선 제압에 나섰다.

지난 4월 총리직에서 내려온 이후 ‘대선 터닦기’ 작업을 해온 정 전 총리는 17일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출마선언식을 열고 “대한민국의 모든 불평등과 대결하는 강한 대한민국의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래 경제를 지휘하고 먹거리를 만드는, 밥 짓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경제 대통령의 세 가지 원칙으로 ‘우리 경제 내부의 혁신’ ‘국민이 풍요한 소득 4만불 시대’ ‘돌봄이 강한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중용했던 제가 안정감 있는 혁신과 담대한 회복으로 격차 없는 사회,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 전 총리는 화려한 정치 이력을 자랑한다. 소위 말해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인물이다. 그는 입법·행정부의 최고위직을 모두 거친 여권 실세다. 쌍용그룹 상무이사를 지낸 정 전 총리는 실물경제에도 정통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도 지냈다.

또 6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 전 총리는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대표, 원내대표 등으로 활동했고, 20대 국회에서는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바톤을 넘겨 받아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 친노와 친문을 아우르는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 정세균, 낮은 지지율과 세대교체 바람 극복이 관건

정 전 총리는 그동안 같은 호남 출신이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치적 이미지가 겹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때마다 정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전 대표는 언론인 출신인 반면 자신은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실물경제에 밝은 경제 전문가라는 점을 차별점으로 부각시켜왔다.

정 전 총리가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선택한 것도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카드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가 ‘경제 대통령’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저조한 지지율을 극복하고 판세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 전 총리는 일부 대권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5%를 넘어서면서 바람을 타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70년대생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기세도 무섭다.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 하루 동안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31.7%)와 이낙연 전 대표(13.1%)의 뒤를 이어 박용진 의원이 6.9%를 기록했다.

뒤이어 정세균 전 총리(5.9%),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4.9%), 김두관 의원·양승조 충남지사(1.5%), 이광재 의원(1.4%) 순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를 두고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불어닥친 ‘이준석 돌풍’이 대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 전 총리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의미 있는 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기반과 정치적 이미지가 겹치는 이낙연 전 대표를 앞질러야 한다. 그래야 ‘이재명 1강’ 구도를 깨는 것도 도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준석 돌풍’으로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된 상황이다.

70대인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대교체 바람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선되실 때 저보다 나이가 많으셨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저보다 훨씬 높으시고 (나이가)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역량이 있는가 없는가, 앞으로는 어떨 것인가, 이런 것을 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는 “제가 노무현 후보 대선기획단에 있었는데 처음에 시작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금 저보다도 지지율이 더 낮았다”며 “그런데 몇 달 지나니 1등이 되고 당선이 됐다. 너무 연연할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잘 뛰고 신뢰를 얻으면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 전 총리의 대권 전망과 관련 “정 전 총리를 두고 저평가되는 우량주라는 얘기가 있는데 현재 대권 시장에서 다른 관심주들이 너무 많아 정 전 총리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지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여의도 국회와 인연이 적은 사람이 더 각광을 받고 기존 정치에 오래 몸담았던 정치인에 대해서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은 여의도 반비례 원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정 전 총리는 6선 의원을 지내고 국회의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정 전 총리가 여의도 반비례 원칙을 잘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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