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에 대한 관심 1순위 청약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송대성 기자
래미안 원베일리에 대한 관심 1순위 청약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 반포=송대성 기자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올해 상반기 분양 시장 최대어로 불리는 ‘래미안 원베일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3.3㎡당 평균 5,653만원으로 역대 아파트 일반 분양가 중 가장 높아 쉽게 넘볼 수 없는 단지라는 평가가 따르지만 당첨만 된다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 224가구뿐인데… 1순위 청약에 몰린 3만6,000명 

래미안 원베일리를 향한 관심은 1순위 청약 신청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7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총 3만6,116개의 청약 통장이 나왔다. 평균 경쟁률은 161.23대 1이다. 

최고 경쟁률은 2가구만 모집하는 46㎡ A형에서 나왔다. 무려 3,747명이 몰리면서 1,873.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별로는 △59㎡ A형은 124.9대 1(112가구 모집·1만3,989명 청약) △59㎡ B형 79.62대 1(85가구 모집·6,768명) △74㎡ A형 537.63대 1(8가구 모집에 4,301명) △74㎡ B형 471.33대 1(6가구 모집에 2,828명) △74㎡ C형 407.55대 1(11가구 모집에 4,483명) 등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사실상 예견된 결과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으로 조성되는 래미안 원베일리는 서울지하철 3·7·9호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이 인접해 있다는 장점과 한강변을 바라보는 입지를 자랑한다. 또 주변 환경과 학군 등이 좋아 사업 시행 때부터 줄곧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실거주 의무 3년 조항이 삭제된 것도 청약 경쟁률에 영향을 끼쳤다. 국토교통부가 개정한 주택법에 따르면 지난 2월 19일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민간 분양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실거주 의무 기간이 있다. 시세 대비 분양가가 80% 미만이면 3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2년이다.

당초 래미안 원베일리의 시공사 삼성물산은 모집공고 당시 ‘실거주 의무 3년’ 조항을 넣었지만 이미 지난해 서초구청에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것이 확인되면서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 

◇ 특공·추첨·대출 없는 ‘그림의 떡‘

국토교통부는 2018년 청약제도를 개편하면서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때문에 모든 평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생애 최초나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을 꿈꿨던 가구에는 ‘그림의 떡’이 됐다. 또한 모든 물량이 85㎡를 넘지 않아 추첨 없이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린다.

대출길 또한 막혔다. 분양가가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분양가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내 집 주소를 래미안 원베일리로 바꾸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의무 거주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서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이 역시 최소 가점 70점 이상인 사람들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점 70점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을 최대로 채우고 부양가족이 4인 이상이어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3040세대는 사실상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도 “의무 거주 기간이 삭제되면서 원베일리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분양가를 치를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의가 대부분이다. 로또도 돈 있는 사람들만 당첨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현금 부자들만 노릴 수 있는 아파트라는 평가가 따른다. /삼성물산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현금 부자들만 노릴 수 있는 아파트라는 평가가 따른다. /삼성물산

◇ 내가 ‘살‘ 집이 아닌 내가 ‘팔‘ 집

시세 차익 얘기만 쏟아지는 래미안 원베일리를 향한 관심. ‘거주’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면적 59.95㎡가 최근 26억원, 84.95㎡는 37억원대에 거래되면서 원베일리는 이 가격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입주권은 이미 이 가격을 넘어섰다. 공인중개사는 “전용 84㎡ 조합원 입주권의 경우 추가 분담금을 포함해 37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물량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당첨이 되더라도 ‘열심히 돈 벌어 이자 갚고 오래 살아야지’가 아닌 최대한 많은 시세 차익을 거두자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다면 당첨 되더라도 오히려 생활이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될 우려도 따른다.

입주권을 알아보기 위해 공인중개소를 찾은 50대 A씨는 “원베일리는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아 입주권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입주권 가격도 너무 치솟아 아직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원베일리에서 어떠한 생활을 누릴까가 아닌, 언제 팔아 많은 시세 차익을 거둘까 얘기가 쏟아지는 현재. 내 집 마련을 꿈꿨던 사람들에게는 ‘그들만 사는 세상’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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