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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거리로 나선 2G이용자, 그들은 왜 01X을 포기할 수 없을까
2021. 06. 21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오는 30일 LG유플러스를 마지막으로 2G서비스는 이제 완전히 우리나라에서 종료된다. 지난 1996년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26년만의 퇴장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자신의 삶 속에서 함께해온 2G번호인 ‘01x’ 번호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사진,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종로=박설민 기자  2세대 이동통신 ‘2G’는 지난 1996년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사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시작한 CDMA 디지털 이동통신 서비스다. 한국이동통신의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 2G통신의 보급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며 세계 이동통신 산업을 선도하게 된 밑바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3G를 거쳐, LTE(4G), 그리고 현재 5G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식 통신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2G를 사용하는 이용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뿐만 아니라 장비 노후화로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2G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종료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KT의 경우 지난 2012년 3월 2G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으며, SK텔레콤 역시 지난해 7월 말을 기점으로 2G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마지막으로 2G서비스를 운영해오던 LG유플러스도 지난 11일 강원, 경상, 제주, 충청에 이어 오는 30일 서울을 끝으로 2G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2G서비스 종료는 5G기반의 ‘초고속 통신 시대’에 이른 현재,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변화의 순간 앞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자신의 삶 속에서 함께해온 2G번호인 ‘01x’ 번호에 대한 ‘소멸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은 01x번호를 강제로 010번호로 통합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시위를 벌였다./ 종로=박설민 기자

◇ “집 나간 자식 연락 기다려”… 01x번호 고수하는 다양한 사연들

흐린 날씨에 비가 조금씩 내리던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G의 번호인 011, 017, 016 등 ‘01X’ 번호를 2G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도 사용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010통합반대운동본부’의 회원들이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이동통신식별번호인 010통합정책을 반대하는 모임으로 회원 수는 현재 3만9,000명에 이른다.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01x번호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시위를 진행한 운동본부는 지난해 11월 19일 01x번호를 강제로 010번호로 통합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내용의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 부칙 제2조의 위헌확인 준비서면을 제출한 상태다. 

운동본부 회원들은 “지난 2013년 사용자의 의사에 반하는 번호 변경은 위헌이고 판결했던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다”며 “더이상 01x번호를 유지할 수 있는 2G서비스가 없는 상황에 왔고, 헌법재판소에 이에 대한 판결을 요청하기 위해 오늘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이 01x번호를 고수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오랜 시간 사용했던 번호에 대한 애착, 연락이 끊긴 소중한 사람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 번호를 바꿀 수 없다는 이유, 이제 휴대폰번호가 자신에겐 하나의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람 등이었다.

한 운동본부회원은 <시사위크>와의 대화에서 “4년 전 미국으로 이민에 가 연락이 끊긴 소중한 인연 중 한 분이 카카오톡 자동친구등록이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저의 01x 번호가 유지되는 한 이런 식으로 잃어버렸던 오랜 친구, 인연 등이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번호를 포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가한 운동본부회원들은 이동통신사들에 대해 2G서비스를 유지해달라고 요구하거나 5G나 LTE와 같은 신형 통신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01x번호만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종로=박설민 기자

◇ 시위 참가자들, “2G서비스가 아닌 01x번호 유지 원하는 것”

시위에 참가한 운동본부회원들은 이동통신사들에 대해 2G서비스를 유지해달라고 요구하거나 5G나 LTE와 같은 신형 통신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단지 01x번호만을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상에서 몇몇 누리꾼들이 비난하는 것처럼 ‘구식 2G에 매달려 더 큰 보상을 바라는 떼쟁이’들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운동본부회원들은 “이동전화번호 강제 회수 정책으로 기업은 원치 않는 2G망을 20년 이상 운영해 비용 절감 기회를 날렸다”며 “01X 이용자는 원치 않는 요금제와 기기에 묶여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가출한 아들, 행방불명된 아버지, 실종된 손녀가 유일하게 기억했던 내 번호를 잊지 않고 언젠가 연락이 오겠지 하는 간절한 희망 때문에도 번호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구식인 2G를 써야 저희의 01x 번호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서 2G를 썼을 뿐이다. 우리도 구형 2G폰이 아닌 5G서비스를 너무나 이용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운동본부 회원들 중 일부는 연락처를 잃어버린 소중한 인연을 기다리며 언젠가 연락이 오겠지 하는 간절한 희망 때문에 번호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종로=박설민 기자

다만 정부는 통신번호 자원 확보를 위해서 010번호로의 통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한가지 종류의 01X번호, 예를 들어 ‘011’ 하나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010 번호의 숫자는 총 8,000만개에 달한다. 즉, 현재 남아있는 5종류의 01X번호를 모두 010로 통합할 경우 확보할 수 있는 통신번호 자원은 총 4억개에 달한다. 

과기정통부는 “유한한 자원인 통신번호가 국내 통신 이용자 수의 증가에 따라 점점 소진돼가고 있다”며 “앞으로 AI, 자율주행차 등에도 통신번호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번호 자원 확보를 위해서 01X의 010통합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통신번호는 국가의 자원으로 개인이 국가에서 임대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국가가 번호를 회수하거나 법적으로 임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동통신사들 역시 번호를 유지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술적으로 번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통신사들은 정부의 결정을 따르는 입장”이라며 01x번호를 유지하긴 힘들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과기정통부는 유한한 자원인 통신번호가 국내 통신 이용자 수의 증가에 따라 점점 소진돼 가고 있어, 010번호로의 통합은 어쩔 수 없는 절차라고 설명한다. 다만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010통합정책에 대해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01x번호 유지가능성은?… 010통합정책 위헌가능성도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처럼 헌법재판소가 01X번호를 유지해야한다는 판결을 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앞선 판결들을 살펴보면 운동본부 측의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9년 10월 운동본부 소속 2G 서비스 이용자 633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이동전화 번호이동 청구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01X 번호 그대로 3G, LTE, 5G 서비스로의 번호이동을 허용해달라는 주장은 이동전화번호는 유한한 국가자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인정하기 어렵다”며 010통합반대운동본부의 소를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 제34민사부 역시 운동본부에서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시사위크>에서 010번호 통합정책과 관련된 법률 전문가들의 논문을 조사해본 결과, 의외로 재판 결과는 쉽게 결정되긴 힘들 수도 있을 듯하다. 010번호 통합정책이 위헌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 등재된 ‘이동전화 01X 이용자에 대한 번호이동금지정책의 위헌성’ 논문의 저자 중앙대학교 법학대학원 이인호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일련의 결정 속에서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 즉 경쟁을 통해 제공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국가가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010 이용자에게는 번호이동을 허용하면서 01X 이용자의 번호이동을 금지함으로써 01X 이용자들의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보장된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차별적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010번호 통합정책이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인호 교수는 “010번호통합정책은 기존 01X 2G 이용자들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면서 다른 사업자나 3G, 4G로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이라며 그러면서 “01X 2G 이용자들이 받고 있는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불이익에 대해 깊이 있는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결과로 보여 큰 아쉬움을 남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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