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최병오 회장이 심란한 상황에 놓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이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주력사인 패션그룹형지의 사명 교체를 결정하고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실적과 재무안전성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패션그룹형지의 신용등급 전망까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 옛 사명 ‘형지어패럴’로 교체 추진… 전성기 회복은 깜깜 

패션그룹형지는 사명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열린 전사 결의대회에서 사명을 패션그룹형지에서 형지어패럴로 교체한다는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형지어패럴은 패션그룹형지의 옛 사명이다. 패션그룹형지는 2009년 11월 형지어패럴에서 패션그룹형지로 사명을 바뀐 바 있다. 12년 만에 사명을 재사용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이러한 결정엔 과거의 전성기 시절을 되찾고자 하는 최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패션그룹형지는 1998년 설립된 여성의류 전문기업으로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 다수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곳이다. 

주력 브랜드들이 양호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회사의 전체 매출액은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업황 둔화와 여성복 시장의 경쟁 심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별도기준으로 2016년 4,711억원 가량이던 매출은 2017년 4,051억원, 2018년 3,706억원, 2019년 3,175억원 순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상황이 더 좋지 못했다. 매출은 2,286억원까지 추락했다. 같은 기간 종속자회사의 실적을 포함한 연결 매출액도 쪼그라들었다. 

최근 몇 년간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별도기준으로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엔 영업손실 규모가 22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16억원) 대비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이에 이번엔 사명 교체를 통해 침체된 조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회복 의지에도 신용평가업계에선 실적 및 재무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패션그룹형지의 제1회 선순위 무보증 사채(P-CBO)에 대한 신용등급을 ‘BB/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용등급은 기존 등급을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것이다. 매출 감소 및 수익력 저하 추이와 송도 사옥 신축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 등이 등급전망 조정 배경으로 거론됐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2017년까지 양호한 영업이익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2018년 이후 주력 브랜드의 매출 감소, 대손상각비 및 브랜드철수 비용 발생, 네오패션형지의 비용확대 등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나이스신용평가,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제시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업황이 저하된 가운데, 관계사에 대한 대손상각비를 인식하면서 250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며 “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유통망 효율화 등 다양한 비용절감 정책을 추진 중이나 가시적인 실적 개선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월재고를 관계사인 형지리테일에 지속적으로 매각하고 있는 가운데, 형지리테일의 저조한 수익성과 재무구조, 회사의 형지리테일에 대한 과다한 매출채권규모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실질적인 사업경쟁력 및 영업수익성은 지표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송도 신규사옥 건설로 재무부담이 확대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회사의 송도 신사옥 투자는 총 1,500억원 규모다. 패션그룹형지는 1,260억원 규모의 PF 자금조달을 통해 공사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측은 “2019년 이후 리스회계 적용에 따른 리스 부채 증가(728억원) 및 송도사옥 건설 관련 자금유출 등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회사의 2020년말 연결기준 부채 비율 및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447.2%, 54.2%로 열위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저조한 업황으로 인해 이전 대비 위축된 영업현금창출력이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과중한 재무부담 및 저조한 재무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 회장이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과연 그가 업황 난조 속에서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키워드

#형지그룹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