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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경제학
[이름의 경제학②] 걸면 걸리는 걸리버를 아시나요
2021. 06. 22 by 송대성 기자 laco2021@sisaweek.com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0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93.1%다. 2016년 83.3%를 기록한 데 이어 매년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은 물론 동영상 시청, 각종 예약 및 은행 업무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에 스마트폰 보유는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QR코드를 활용해 방문자 확인까지 진행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고사양의 스마트폰이 쏟아지는 현재. 제조사들은 약간의 기능적인 차이를 둔 모델을 알파벳과 숫자로 구별했지만 평소 스마트폰에 관심을 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구별하기도 어렵다. 

과거에는 휴대전화의 특징을 강조한 네이밍으로 이름만 보면 어떤 기능을 갖췄는지 파악하기 용이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네이밍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 PCS 시대 개막… 걸리버의 등장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이름의 휴대전화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인 것은 현대전자가 내놓은 ‘걸리버’였다. 

당시 현대전자는 ‘걸면 걸리는 걸리버’라는 문구를 앞세워 삼성전자 ‘애니콜’-LG정보통신 ‘싸이언’의 양자 대결구도를 보였던 PCS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히 방송인 로버트 할리가 구수한 사투리로 ‘걸면 걸리니까 걸리버지예’라고 말한 광고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대중들에게 ‘걸리버‘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현대전자가 ‘걸리버’라는 이름을 택한 것은 단말기의 기능은 거인급이지만 크기는 소인급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실제 광고에서도 소설 걸리버의 이야기를 녹여냈다. 

판매량도 급증했다. 걸리버 출시 이전 PCS 시장 점유율 8%대에 불과했던 현대전자는 걸리버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 1년 만에 2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네이밍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특징을 잘 살린 네이밍으로 PCS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걸리버'. /유튜브 영상 캡처
특징을 잘 살린 네이밍으로 PCS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걸리버'. /유튜브 영상 캡처

◇ 가로본능·붐붐… 네이밍 경쟁 불붙은 2000년대

2000년대는 휴대전화의 춘추전국시대로 불리는 시기다. 성능을 강조하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제조사들은 디자인과 차별화된 기능을 이름에 녹여낸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며 고객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세로 화면이 일반적이던 2004년 화면을 세로로 돌리는 모델 SCH-V500을 출시했다. 일명 ‘가로본능’ 폰이다. 고정관념을 깬 독특한 디자인과 더불어 특색 있는 이름에 당시 고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거두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가로본능이 큰 호응을 받자 삼성전자는 ‘가로본능2’ 후속 모델까지 출시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스카이는 2006년 슬라이드 폰인 ‘붐붐폰’(모델명 IM-U160)을 공개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터치 센서를 통해 메뉴를 누르면 진동이 느껴지는 기종이다. 현재는 모든 스마트폰이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이지만 붐붐폰이 출시되던 때만 하더라도 키패드가 아닌 곳을 터치하는 기술은 신선하다는 평가였다.

연예인의 이름을 딴 휴대전화가 출시되기도 했다. 블루투스와 영상통화 기능이 특징인 삼성전자의 ‘SPH-W270‘은 광고 모델로 당시 많은 인기를 받던 배우 고아라가 출연하면서 ’고아라폰‘으로 불리게 됐다. 이효리, 에릭, 권상우 등 인기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 같은 광고로 주목을 받았던 ’SCH-V840’는 ‘이효리폰’으로 불렸다. 

◇ 알파벳과 숫자로 구별하는 스마트폰

휴대전화의 이름은 스마트폰 시대 개막 이후 간결해지기 시작했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은 고유 이름을 유지하면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넘버링만 올리는 방식으로 모델에 차이점을 두고 있다. 

옴니아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의 경우 2009년 갤럭시 라인업을 구축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같은 갤럭시라 하더라도 모델에 따라붙는 알파벳에 따라 기능과 가격에 차이가 있다. 

갤럭시의 경우 S, A, J 시리즈가 존재한다. S 시리즈는 플래그십 제품으로 모든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최고 제품군으로 분류된다. 이어 A 시리즈는 S 시리즈 바로 밑 단계로 중급형 라인으로 불린다. 그리고 J 시리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마트폰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기본적인 기능만 탑재한 라인이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화웨이와 샤오미, 소니 엑스페리아 등도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모델명으로 최대한 간결한 이름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