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5G통신을 세계 최초 상용화했다는 소식을 들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G를 준비해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6G가 5G를 뛰어넘을 미래 핵심 통신 기술이 될 것이며, 그때 우리나라가 지금의 5G처럼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초고속’ ‘초저지연’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만큼 전 세계 이동통신시장은 성장속도도 매우 빠르다. 얼마 전까지 3G나 LTE(4G)를 사용했던 것 같은데 이젠 5G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스마트폰 고객을 찾기 더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특히 5G는 우리나라로선 의미가 깊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첨단 IT산업을 이끌어갈 ‘혈관’이라고 불리는 5G를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우리나라는 현재 글로벌 5G통신시장에서 선두로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5G시대를 넘어 이젠 ‘6G’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아직 5G도 완성이 안 된 상태에서 6G를 준비한다는 것에 대해 ‘벌써?’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5G도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시점에 통신업계가 벌써부터 6G를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5G도 아직인데 6G를?”… 벌써 6G시대를 준비하는 이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6G-초연결 시대를 여는 차세대 통신’ 보고서에 따르면 6G의 상용화 시기는 2028년~2030년 정도로 예측된다. 약 7~9년 정도 뒤의 미래일이니 확실히 6G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일반인의 입장에선 너무 이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6G시대를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를 ‘주도권 경쟁’ 때문이라고 꼽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6G가 5G를 뛰어넘을 미래 핵심 통신 기술이 될 것이며, 그때 우리나라가 지금의 5G처럼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6G는 100GHz 이상의 초고주파 대역을 사용해 현재 3.5GHz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5G통신보다 약 30배가량 빠르다. 가장 이상적인 5G주파수라는 28GHz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3배 이상 6G가 빠르다. 이것이 5G가 마중물을 놓은 4차 산업혁명 사회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6G는 100GHz 이상의 초고주파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 5G보다 30~50배 가량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때문에 현재  5G가 마중물을 놓은 4차 산업혁명 사회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삼성전자 온라인 행사 캡처

이 같은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6G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선진국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각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R&D투자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에 나섰으며, 글로벌 IT기업들도 6G통신기술 및 관련 사업에 관한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지난해 10월 통신산업협회(TIA)를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6G통신 및 인프라 조성을 위한 계획인 ‘Next G Alliance’를 발족했다. 현재 떠오르는 통신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우엔 지난 2018년부터 자국의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매년 5년 단위의 6G R&D를 추진 중이며, 2019년엔 공식 6G전담기구까지 출범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차량·가전제품·로봇·제조시설 등 5,000억개의 다양한 사물들이 6G 네트워크에 연결될 전망”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커넥티드 기기의 폭발적 증가, 인공지능 활용 기술 확대, 개방형 협업을 통한 통신망 개발 등이 6G 시대의 주요 트랜드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6G시대를 준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G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6G R&D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6G’시대 스퍼트 올리는 정부… 6G R&D 실행계획 수립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 역시 5G에 이어 6G 역시 세계 최초 상용화를 달성해 다시 한 번 6G통신시장에서의 가장 앞선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통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3일 ‘6G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6G R&D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이날 공개된 6G R&D 실행계획은 ’세계 최고 6G 기술 강국‘을 구현하기 위한 3대 전략 분야 △차세대 핵심 원천 기술 확보 △6G기술 국제표준·특허 선점 △연구·산업 기반조성에 대한 세부 실행 계획이 담겼다.

먼저 ‘차세대 핵심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서 과기정통부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저궤도 통신위성, 초정밀 네트워크 기술 등 6대 중점 분야 10대 전략 기술에 중점 투자를 진행한다. 오는 2025년까지 총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올해는 12개 과제에 129억원이 지원된다.

특히 6G 시대에는 드론, 플라잉카(UAM) 등 이동 중인 비행체와 해상·재난지역 등에서도 Gbps급 통신 이용이 가능하도록 위성망‧지상망의 통합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위성‧지상 간 통합 접속기술을 개발하고 2031년까지 총 14기의 검증용·실증용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는 ’위성통신기술 발전전략‘의 이행도 병행해 추진한다는 목표다.

‘6G기술 국제표준·특허 선점’ 전략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6G 비전그룹 작업 의장 및 3GPP RAN1(물리계층) 의장에 진출한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국제표준 선도를 위해 표준화의 밑그림 격인 6G 비전 정립단계부터 우리나라가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다.

표준특허 확보 가능성이 높은 △공간 네트워킹 기술 △지능형 초정밀 네트워크 기술 등의 6G 핵심기술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R&D 자금과 특허 확보 전략맵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2022년도 패키지 지원을 위한 기술 분야도 추가로 선정해 사전에 전략맵을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튼튼한 연구·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에도 박차를 가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3개 대학 내 6G 연구센터를 지정·운영하면서 석·박사급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또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국내 대학·연구소가 공동으로 R&D에 참여하는 형태를 확대해 실무인력의 6G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올해 선정된 6G 대학연구센터는 △KAIST(Tbps급 무선통신 후보 요소기술 개발 △성균관대학교(THz 대역 RF 부품 후보 요소기술 개발) △고려대학교(지능형 무선 액세스 후보 요소기술 개발) 3곳으로 각각 48억원, 23억원, 29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선 삼성전자가 6G시대를 준비하는데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2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언팩 행사에서 소개된 삼성전자의 추후 6G사업 비전(사진 아래)와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최성현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사진 위)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온라인 행사 캡처

◇ 6G시대 한 발짝 앞서나가는 삼성전자… “차세대 초연결 비전 실행할 것”

국내 IT기업들 중에선 삼성전자가 6G시대를 준비하는데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 주립대(UCSB)와 6G 테라헤르츠(THz) 대역에서 통신 시스템 시연에 성공해 6G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 바 있다.

테라헤르츠 대역은 100GHz~10THz 사이의 주파수 대역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주파수 대역이 올라갈수록 넓은 통신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어 6G에서 요구하는 초고속 통신에 적합하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22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삼성네트워크: 통신을 재정의하다(Samsung Networks: Redefined)’ 언팩 행사에서는 향후 삼성전자가 나아갈 6G기술 분야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5G를 넘어 6G 시대가 도래하면 XR(확장현실),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 산업의 물리적·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사용자의 손끝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그 동안의 기술 혁신을 토대로 최첨단의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네트워크: 통신을 재정의하다(Samsung Networks: Redefined)’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6G기반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기술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온라인 행사 캡처

삼성전자가 예상한 6G시대의 사회 비전은 △초실감 확장 현실 확장현실(XR)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의 서비스 상용화다. 특히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의 경우 오늘 일정 및 비행기 티켓 등을 손목 시계 형태의 디바이스에서 공중에 홀로그램이 재생할 수 있어 SF영화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최성현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삼성전자가 진행하는 다양한 연구분야들 중 가장 중요한 연구 영역 중 하나”라며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LTE가 상용되기도 전부터 5G를 연구하기 시작해 세계 최초로 5G를 우리나라가 상용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미 6G기술 개발의 진척도를 보여주는 성과 중 하나로 테라헤르츠(THz) 통신을 시연하는데 성공했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의 삶 다양한 분야에서 6G 기반의 차세대 초연결을 경험할 수 있도록 비전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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