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갈대광장 잇탈리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갈대광장 잇탈리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상황에서 ‘추다르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대선 레이스에 등판했다.

추 전 장관은 23일 ‘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 헤이리 갈대광장 잇탈리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비대면 온택트 방식’의 기자회견에서 “오늘 평화와 통일을 여는 길목, 파주 헤이리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다”며 “‘사람이 높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높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주창한 ‘신세대평화론’을 꺼내들고 “우리의 청년세대와 북한의 신세대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보다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반도 평화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신세대평화론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의 불씨를 되살리고 멀리 통일 한국의 미래까지 설계하는 통일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추 전 장관은 또 핵심 공약으로 ‘지대 개혁’ ‘인권 침해 법·제도 개선’ ‘보편적 복지와 집중적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더블 복지국가’ ‘획기적인 교육 혁명’ 등을 내걸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촛불 정신’과 ‘개혁’을 집중 부각시켰다. 추 전 장관은 “촛불시민이 계셨기에 검찰개혁의 험난한 여정을 지나올 수 있었다”며 “‘촛불, 다시 시작’을 추미애와 함께 외쳐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다시 촛불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개혁의 정치로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정권재창출을 위한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윤석열만 키운다’ 우려 불식 가능할까

판사 출신인 추 전 장관은 1995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 광진구을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3년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분당된 새천년민주당의 잔류를 선택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정치적 시련을 겪게 된다.

17대 총선에서 거센 탄핵 역풍이 불었고 이에 추 전 장관은 당시 새천년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아 탄핵 찬성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삼보일배까지 했다. 그러나 당은 참패했고, 자신도 광진구을에서 낙선했다.

18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다시 복귀한 추 전 장관은 이후 서서히 ‘친문’ 색채를 띄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합류해 반문 진영의 공격을 받던 문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16∼2018년에 민주당 대표를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무난히 관리하고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지난해 1월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올랐다. 재임 기간 ‘검찰개혁 완수’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한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표출했다.

이로 인해 추 전 장관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은 두 가지다.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중도층 이탈을 초래했고, 윤 전 총장의 몸집만 키웠다는 부정적 평가가 존재한다. 반면 강성 친문 지지층은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하는 ‘검찰개혁’ 반대 세력에 맞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추 전 장관이 대선 레이스에 등판해 강성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흔들 경우 여권의 대선 경쟁 구도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추 전 장관도 이를 겨냥한 듯 대선 출마 선언 이전부터 ‘윤석열 저격수’를 자임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꿩 잡는 매다. 나만큼 윤석열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내가 대선 출마를 하면 윤석열을 키운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프레임이다. 꿩 잡는 매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선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가 중도층 표심을 자극하고 또다시 '윤석열 키우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의 대선후보 지지율에 대해 “저런 지지도가 나오는 게 지금 민주당의 가장 아킬레스건”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다고 하는데 윤석열 전 총장을 키워주게 되지 않겠나’라는 지적에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또 출마하시는 걸 누가 막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추 전 장관이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서 의미 있는 승부를 펼치려면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인한 중도층의 거부감을 불식시키고 정책·인물면에서 참신성을 드러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가 법무부 장관 시절처럼 윤석열 전 총장을 도와주는 역할만 하고 끝나게 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추 전 장관이 여권의 다른 후보들보다 더 참신성을 드러내야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8~19일 실시한 ‘범진보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28.4%,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12.3%, 박용진 민주당 의원 7.4%, 추미애 전 장관 6.0%, 정의당 심상정 의원 5.4%, 정세균 전 국무총리 5.2% 순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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