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로봇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건설
건설 현장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로봇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건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불리던 건설업에 로봇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 등 다른 분야에서는 로봇 도입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건설업의 경우 현장 환경이 자주 변화하는 탓에 쉽지 않았다. 아울러 근로자의 손이 필요한 작업이 많다는 점도 로봇 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이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장의 작업 효율성 향상과 고위험 작업 환경에서 근로자 안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다.

현대건설은 22일 건설로보틱스 기술 시연회에서 현장순찰 로봇과 무인시공 로봇을 선보였다. 현장순찰 로봇은 건설현장 주변을 자율순찰하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해 원격으로 현장 상황에 대응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무인시공 로봇은 사람에 의지해야 했던 천장드릴 타공 작업 등을 소화했다. 

삼성물산은 건설 현장의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되는 ‘내화뿜칠’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현장 적용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내화뿜칠은 건물의 철골 기둥과 보에 내화재를 덧칠해 높은 열에도 견딜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절대 빠져선 안 될 필수 작업이지만 그동안 근로자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고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하는 환경 탓에 고위험 작업으로 손꼽혔다. 

삼성물산은 고소작업대 상부에 내화재 분사를 위한 로봇팔을 적용하고 하부에 원료 혼합기와 저장설비를 일체화한 설계를 통한 건설 로봇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고 작업 효율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다. 

터널 공사에도 로봇의 활용도가 높다. 포스코건설은 터널 내부의 시공 오류 및 균열 등을 라이다(LiDAR·빛으로 주변 물체와 거리를 감지하는 기술)와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된 자율보행 로봇을 통해 확인한다. 

자율보행 로봇은 발파 적업 후 인력이 투입되기 전 위험요소를 사전에 확인해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바퀴가 아닌 4족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장애물이나 복잡한 지형에서도 운용 가능하다. 

건설사들이 로봇 도입에 힘을 기울이는 데에는 현장의 안전 기준이 강화된 측면도 이유로 꼽힌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계속해서 강조되기 때문에 고위험 작업에 사람이 아닌 로봇을 투입하고 지속적인 순찰을 통해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 커지는 건설 로봇 시장… 사람 설 자리 줄어드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로봇의 활용도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시장분석 기관 트랙티카는 2019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5년 건설 로봇 시장 규모가 2억2,6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270만 달러 규모였던 2018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건설 로봇 비중이 높아질수록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화·로봇화 등이 가속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고령자 비율이 높은 건설업 근로자의 경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로봇 도입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따르고 아직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당장 근로자 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의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로봇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고위험 작업으로부터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면서 “제조업 등과 달리 건설업은 아직 로봇보다 근로자의 손이 필요한 작업 비중이 높다. 인력 절감에 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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