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지급을 두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양사가 망사용료를 두고 벌인 소송전에서는 일단 SK브로드밴드가 승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로 인한 넷플릭스의 항소 및 요금 인상 가능성에도 시각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오랫동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봉합되지 않고 있는 갈등인 ‘망사용료’ 지급과 관련한 1차전은 SK브로드밴드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하 서울중앙지법)에서 양 사가 망사용료 지급을 두고 벌인 소송전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해 넷플릭스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넷플릭스, 망사용료 소송 1심 패소… 항소 가능성은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넷플릭스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음에도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망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접수했었다. 이에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인터넷망에 트래픽을 유발했다 하더라도 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을 펼쳤다.

하지만 국내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가 25일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 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으며, 일부 청구는 각하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 체결 여부와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라며 “법원이 나서서 관여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대가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넷플릭스)는 피고(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과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통신사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인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나 ‘전송의 유상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결국 원고들은 피고에게 적어도 피고로부터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등의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25일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 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으며, 일부 청구는 각하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이번 판결에 대해 넷플릭스 측에서 항소를 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항소를 하지 않을 경우, SK브로드밴드 측이 요구하는 망 사용료 지불 문제와 관련해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고, 항소를 할 경우에도 1~2년 정도의 긴 시간동안의 지루한 법적 공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항소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법원 어느 곳도 CP가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판결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이를 토대로 반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넷플릭스 측은 이번 법원의 판결문에 대해 현재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후 향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해 항소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는 상태임을 밝혔다.

◇ 이번 소송으로 요금 인상?… 업계 관계자들 “가능성 낮아”

이번 소송 결과로 인해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요금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향후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지급하게 될 경우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넷플릭스 측에 망사용료 지급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넷플릭스 측에서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여기에 넷플릭스에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준 기본 요금제 및 프리미엄 요금제를 각각 7.7%, 12.5% 인상했다. 이는 아시아 서비스 지역도 마찬가진데, 지난 2월엔 일본에서도 기본 요금제를 약 13% 인상했다. 

인터넷 CP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넷플릭스 소송결과로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단순히 서비스 수익을 얻기 위한 사업보다는 K-콘텐츠 개발을 통한 해외 유치에 열을 올리는 만큼,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요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사진은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형 좀비 스릴러 '킹덤'./ 사진=넷플릭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결과로 인해 넷플릭스가 망사용료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만약 망 사용료에 대해 CP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왔을 경우라면 당연히 비용이 올라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판결은 넷플릭스가 망 비용을 무조권 부과해야한다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지금 바로 요금을 올린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넷플릭스가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봐도 국내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가 넷플릭스에게 있어 단순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 대상 국가와는 다르다는 것.

이 관계자는 “다들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인데, 넷플릭스의 국내 월수입은 500억원 수준인데, 국내 투자액이 1년에 5,500억원 수준”이라며 “이는 국내 수입액의 90%를 투자하는 수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막대한 서비스 수익을 얻는 것보단 K-콘텐츠를 개발해 해외에 유치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기에 이번 소송으로 요금을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넷플릭스 관계자도 “넷플릭스는 공동의 고객을 위해 SK 브로드밴드와의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CP와 ISP, 공동의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오픈커넥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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