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방문 당시 공개된 씨젠 연구원들의 분석·검사 모습. /뉴시스
지난 1월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방문 당시 공개된 씨젠 연구원들의 분석·검사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바이오기업 씨젠의 주가가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엔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우려를 동력삼아 상승세에 올라탄 모습이다. 상장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바로미터인 주가가 결국 시장의 인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기본’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 IR·PR 전문가 영입한 씨젠… 주가 안정적 상승세 맞을까

씨젠은 2000년 설립된 진단 전문 바이오기업이다. 201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이후 대체로 아주 큰 폭의 주가변동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고 판매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실적은 물론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날개는 이내 꺾였다. 지난해 8월 정점을 찍은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더니 아예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자 씨젠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들은 씨젠의 적극적인 주가부양 및 주주친화정책 확대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이에 씨젠은 경영진의 자사 주식 매입과 배당 확대, 무상증자 등 여러 카드를 꺼내들며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이 같은 조치는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성공적이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공매도 재개라는 강력한 악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씨젠의 주가는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마주했다. 앞서 내놓았던 여러 주가부양책도 소용없었다.

그런데 최근 또 한 번 반전이 찾아왔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이에 따른 우려 또한 커지면서 씨젠 주가는 또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한창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기력하기만 했던 행보에 활기가 찾아왔다.

씨젠의 이 같은 ‘롤러코스터 주가’는 최고의 주가부양책이 다름 아닌 밝은 사업 전망과 이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라는 주식시장의 기본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씨젠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전에 없던 ‘코로나19 시장’이 탄생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씨젠의 가파른 실적 성장을 예상하게 했고, 실제 씨젠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22.7%, 영업이익은 2,915.6%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씨젠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한 이유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이 깊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접종이 시작되면서 씨젠의 주가는 동력을 잃었다. 씨젠 측은 “백신 개발 및 접종 이후에도 진단 수요는 지속될 것이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진단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최근 들어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델타 변이’가 씨젠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장의 인식이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즉, 기업이 지닌 실질적인 가치 및 가능성 못지않게 시장에 어떤 인식을 심어주느냐도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씨젠이 각종 주주친화정책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인력을 강화하고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씨젠은 지난 4월 삼성그룹 출신 김명건 전무를 IR·PR실장으로 영입했다. 김명건 전무는 삼성전자가 IR 담당조직을 처음 만들 때부터 시작해 약 20년 이상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에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또한 씨젠은 역시 삼성그룹 출신인 김용국 이사를 IR·PR실 산하 PR그룹장으로 영입했다. 김용국 이사는 삼성그룹 및 삼성생명 등에서 홍보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씨젠 측은 “IR 전문성과 대외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담당 임원을 영입함으로써 대외 커뮤니케이션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뜻밖의 기회로 급성장하며 성장통을 겪기도 했던 씨젠이 IR·PR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주가 상승을 도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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