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사임하고 약 3개월간 잠행을 끝낸 것이다. 그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정권교체로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공정’과 ‘상식’으로 요약된다. 이는 그의 잠행 기간 동안도 꾸준히 회자돼 온 단어다. 앞서 윤 전 총장의 전문가 지지 모임 이름이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이었던 것도 이를 보여주는 일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공정′을 9번, ′상식′을 7번 언급했다. 백드롭 문구도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였다.

◇ “무너진 공정 가치 다시 세울 것”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정과 상식으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바로 잡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무너진 상식의 첫 지점으로 그는 ‘경제’를 지목했다. 현 정권의 주도로 이뤄진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 포퓰리즘 등이 문제란 것이다. 그는 “청년들이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폭등하는 집값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며 “청년들의 좌절은 대한민국을 인구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 정권의 ‘법치’도 그가 언급한 무너진 공정과 상식의 영역이다. 그는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며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 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빤히 보고 있는 앞에서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에게 공정과 자유민주주의를 바라고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이라며 “이들의 집권이 연장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왜 윤석열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싸워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조국사태′ ′추윤갈등′의 중심에서 법치주의의 원칙을 지켜왔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민들이 저에 대해 기대하시는 게 있다면 법과 원칙 또 상식과 공정을 부연하기 위해 몸으로 싸우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당신이 그동안 싸워본 것처럼 정권교체 나서고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반문(反文) 결집’ 호소

윤 전 총장은 ′반문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교체를 위해선 생각이 일부 다르더라도 공통의 목적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의 호위를 받고 있는 이 정권은 막강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한 가지 생각, 정권교체로 나라를 정상화 시키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의는 단연 국민의힘 입당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입당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가치’에 대해 공감한다며 여지를 뒀다. 그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과거 탄핵도 겪었고, 국민들이 보시기엔 미흡하다고 하지만 자유라는 가치, 민주주의라는 건 자유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 철학 면에서는 국민의힘과 제가 생각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도 다소 열린 태도를 취했다. 그는 “두분의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선 명확하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저 역시도 그런 국민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수사 등으로 보수층의 반발이 ‘족쇄’로 여겨진 상황에서, 다소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이들까지도 융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야권 통합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구상이 있냐’는 질문엔 “오늘 첫발을 디디고 시작하니까 많은 분들을 만나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듣고 배울 것”이라며 “국민들께 혼선을 주고 불안감을 갖게는 안 할 테니 그런 부분에 대해선 염려치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시스

◇ 본격 ‘검증의 시간’… 정면 돌파 나설까?

이날 대권 행보를 공식화하면서 윤 전 총장의 앞에는 ‘검증의 시간’이 예고된 상황이다. 당장 여당에서는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를 예열하고 나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민의 검증을 잘 받으시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최근 불거진 ‘윤석열 X파일’ 논란은 윤 전 총장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문건을 보지 못했다”며 “출처 불명에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포한다던가 하면 국민들께서 다 판단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특히 장모 의혹과 관련,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 없다’고 발언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표현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제 친인척이든 어떤 지위나 위치 든 간에 수사‧재판 등에 있어선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변함없이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관해서도 그는 “다수 국민과 단체들이 또 국가기관에서 고발한 사건을 절차와 원칙에 따라 한 것 이외에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능력과 도덕성 검증에 대해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어떤 저의 국정 수행 능력이나 도덕성 관련해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제시를 하면 국민들이 궁금하지 않으시도록 상세히 설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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