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모두 '공정'을 화두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뉴시스
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모두 '공정'을 화두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여야 대권주자 가운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정’이라는 화두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두 사람 모두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 화두로 ‘공정’을 선택했다. 대선주자들은 보통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화두를 선택해 시대정신으로 띄우고 대선 캠페인으로도 활용한다. 그런데 여야 대척점에 서 있는 양강 후보들이 모두 ‘공정’을 화두로 선택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공정’이라는 화두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조국 사태’ 이후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들의 입시 의혹이 불거지면서 극심한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 ‘조국 사태’는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라는 문재인 정부의 모토를 크게 퇴색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직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면서 ‘공정’이라는 화두가 다시 떠올랐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2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시대정신으로 공정이 떠올랐다”며 “4월 재보선 때도 ‘공정’ 문제로 2030세대가 여권에게 등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2019년 조국 사태 때 등장한 공정 프레임이 계속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사는 내달 1일 그동안 강조해왔던 성장과 공정을 키워드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출범한 이 지사를 지원하는 현역 국회의원 모임 이름도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이다.

◇ 이재명·윤석열, ‘공정’ 띄우는 이유

이재명 지사는 이번 대선 시대정신으로 ‘공정’을 꼽으며 ‘공정’은 자신의 평소 소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지사는 2019년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상이 공정해지면 삶이 바뀌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는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그해 7월 ‘공정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경기도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시대정신은 그때(2017년 대선)나 지금이나 똑같이 ‘공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도지사 취임 직후 만든 경기도 모토가 ‘공정한 세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대학 시절) 스스로의 삶을 공익적 삶으로 바꿔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자,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삼았다”며 “생각해보니 제 삶, 제 주변 사람들의 삶이 불공정했더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이 ‘공정’이라는 화두를 선택한 것은 ‘반문재인’의 대표주자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년 전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으로 출범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 ‘특권과 반칙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우리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어땠나”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하였다”며 “부족한 제게 국민께서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셨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 이상 집권을 연장하여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 측은 윤 전 총장의 ‘공정’은 “베끼기”라며 이 지사의 공정이 ‘원조’라며 각을 세웠다. ‘성공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혀 포장지도 벗기지 않은 상태의 공정이 윤석열 전 총장의 공정 개념이라고 본다”며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 조직에도 공정국이란 걸 만들었다. 공정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적 어젠다를 던지고 몸소 실천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전 총장의 공정은 자체가 비교되지 않는다. 전혀 내용물이 없다”면서 “그래서 소위 말해서 공정이란 부분에 대해서 2030을 비롯해서 많은 국민들이 필요성과 시대정신이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일종의 베끼기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윤석열 전 총장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화두로 고착화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과거 윤석열 전 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수사는 물론이고 현 정권 관련 수사에서도 타협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한 뒤 “윤 전 총장이 공정의 정신을 일관되게 관철하려고 했다는 것이 시대정신과 맞았다고 본다”며 “그래서 일종의 공정 메신저, 공정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 소속인 이 지사가 ‘공정’이라는 화두를 완전히 독점하기 위해서는 ‘불공정’으로 대표되는 ‘반문재인 정서’를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윤 전 총장이 민심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정 플러스알파(+α)’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을 계승하면서도 어떻게 ‘탈문재인 정부’를 할 것인가가 숙제”라며 “야권 지지 성향의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 편에게만 선택적으로 공정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 같은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가 주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공정과 법치 이상의 새로운 것을 내놔야 한다”면서 “전문가 그룹의 고견을 빠르게 흡수해서 윤 전 총장은 아니어도 윤석열 집단이 경제 전문가로 무장됐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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