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위협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늪’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IT기반의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모든 동물들은 종족 번식과 번영을 위해 ‘어린 개체’들을 보호하는 본능이 있다. 이는 ‘동물’의 한 종에 속한 우리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 아이들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보호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오랜 관습이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사에서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장면을 금기시 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IT기반의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아이들에 대한 안전한 보호막이 깨져가고 있다. 바로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 때문이다. 이제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의 사각지대에서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 미성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1년 새 2배 증가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가 4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도 기준 유죄가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수는 2,753명으로 전년(3,219명) 대비 14.5% 감소했다. 피해아동·청소년 숫자도 3,622명으로 전년(3,859명) 대비 6.1% 감소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 비율의 경우 대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자 숫자는 전년 대비 19.3% 증가한 266명을 기록했으며, 피해자는 무려 101.2%나 증가한 505명으로 집계됐다. 

디지털 성범죄 유형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 것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로 전년 대비 무려 94.2% 증가한 299건으로 집계됐다. 우리에게 ‘n번방’ 사건 등으로 잘 알려진 ‘성착취물 제작’의 경우도 전년 대비 75.5% 급증한 93건이었다. 

이밖에도 통신매체이용 음란죄 및 음란행위 강요죄도 각각 전년 대비 221.1%(61건), 108%(52건) 증가해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유형 불문 급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통계의 특징은 디지털 성범죄는 성매매 등과 비교할 때 범죄자 대비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소수의 범죄자가 다수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단 한명의 디지털 성범죄자만 존재하더라도 수십여명의 아동·청소년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3월 전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n번방 사건과 박사방 사건에서도 조주빈, 문형욱 등 한 명의 범죄자가 수십명의 여성과 청소년들의 성착취물을 유포했었다.

디지털 성범죄가 위험한 점은 소수의 범죄자가 다수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전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n번방 사건과 박사방 사건에서도 조주빈, 문형욱 등 한명의 범죄자가 수십명의 여성과 청소년들의 성착취물을 유포했었다./ 사진=Gettyimagesbank

이처럼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타 연령층에 비해 10대 청소년층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한 IT서비스의 사용이 매우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사회연결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청소년들의 경우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이들을 노리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9세 이하 연령대의 96.0%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은 91.9%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다른 연령과 비교해 봤을 경우에도 20대(97.9%)를 제외하면 30대(91.5%), 40대(92.9%), 50대(85.2%), 60대(68.9%) 등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았다. 스마트폰 이용률 역시 19세 이하 연령대에선 무려 100%를 기록해 사실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10대 청소년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아동·청소년 온라인 성착취 피해자 지원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아동·청소년의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사용 확산으로 온라인 성폭력 피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온라인 성범죄와 신체적 접촉이 수반된 성폭력이 결합되는 양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의 경우 기성세대들과 다르게 온라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소통 및 친구 맺기 등에 거부감이 없어 온라인상의 범죄에 대한 경계심이 약하다”며 “하지만 매체와 플랫폼 운영에 대한 제도적 통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아동·청소년을 디지털 성범죄에서 보호할 안전장치가 부실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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