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대 규모의 IT플랫폼인 구글의 영향력이 국내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의 지나치게 강력한 영향력으로 인한 갑질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영겁의 숫자를 의미하는 ‘구골(googol)’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된 글로벌 IT플랫폼 ‘구글(Google)’의 사명은 매우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인터넷 포털 플랫폼의 역할부터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콘텐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IT산업 분야에서 구글이 빠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T업계에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T기업인 구글의 힘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CP)들은 구글 앱마켓을 통해 자신의 앱(App)를 판매·서비스하고 있고, 우리나라 최대 IT수출 품목인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는 사실상 100%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 전 세계 장악한 구글… 국내서 ‘갑질’ 도넘어

그런데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강력한 구글의 영향력이 우리나라 IT산업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글의 지나치게 강력한 영향력 때문에 우리나라 IT기업들과 거래 시 동등한 위치의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IT업계가 구글에게 압박을 받고 있는 가장 대표적 사례를 꼽으면 최근 일어난 ‘인앱결제’ 논란이라고 볼 수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IAP) 정책은 자사의 앱(App)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앱이 판매 및 서비스 될 경우, 앱 제작사가 해당 앱에 대한 결제 금액의 30%를 구글에 지불해야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인터넷 콘텐츠 업계는 해당 정책에 대해 부담이 너무 큰 구글의 ‘갑질’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구글의 일방적 수수료 정책 변경을 막기 위한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에 구글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에 대해선 오는 10월부터 결제금액의 15% 수수료를 지불하는 ‘수수료 감면 정책’을 대응방안으로 내놨으나 국내 인터넷 업계에선 인앱결제 방지법이 통과되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라는 냉담한 반응이다.

우리나라 IT업계가 구글에게 압박을 받고 있는 가장 대표적 사례는 '인앱결제 강제화'다. 구글의 인앱결제(IAP) 정책은 자사의 앱(App)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앱이 판매·서비스 될 경우, 앱 제작사가 해당 앱에 대한 결제 금액의 30%를 구글에 지불해야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인앱결제 부분 뿐만 아니라 구글이 전 세계 스마트폰 및 통신 서비스 운영체제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해 갑질을 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구글은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등 국내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은 자사가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실행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자동차에서 구현 가능토록 하는 기능이다. 지난 2018년 국내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최근 출시되는 국내 자동차 대부분의 브랜드에 기본적으로 장착돼 생산되고 있다.

문제는 구글이 국내 앱마켓(원스토어, 삼성 갤럭시스토어)을 통해 설치한 앱은 차량 연동이 불가능하게 하고 자사 앱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은 앱만 실행되도록 막아 놓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앱 T-map을 구글 앱마켓이 아닌 원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는다면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구동되지 않는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지난 5월부터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 중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갑질 행위를 했는지 실태 점검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탈리아 반독점당국에서 안드로이드 오토와 관련해 지난 5월 구글 이탈리아 지사와 모회사 알파벳에 과징금 총 1억200만유로(한화 1,400억원)을 부과한 점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 방통위 역시 구글에 대해 갑질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구글 갑질 막기는 결국 정부가 ‘핵심’… 업계 “전문성 키워야”

그렇다면 이같은 구글의 갑질에 맞서 공정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이 보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구글과 경쟁할 수 있는 운영체제(OS) 사업자가 국내외에 많아지는 것이다. CP사업자나 모바일 사업자들이 구글 대신 사용가능한 경쟁 OS가 존재한다면 구글이 함부로 갑집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의 80%를 구글 안드로이드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구글이 무료 배포한 OS(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사업 환경을 구축한 상황에서 결제 등 디테일한 부분에 개입을 하기 시작하면 CP사업자들은 구글에 종속되게 된다”며 “때문에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우리나라 자체의 OS가 하나 정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국내 IT업계에 대한 구글의 갑질을 막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정부’와 ‘국회’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구글의 독점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관련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그 역할을 해야할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정부 관계자들이 법안 제정 및 조사를 진행하다보니 오히려 구글이 아닌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한 압박만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넷플릭스 무임승차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터넷 업계에서는 통신사들이 담당해야할 망 품질 유지를 CP업계가 떠안게 됐다고 크게 반발했다. 또한 같은 날 통과된 ‘n번방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인터넷 업계는 “정작 사건이 벌어진 텔레그램엔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국내 사업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킨 실효성 없는 법”이라며 날선 비판이 쏟아냈었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각 분야에서 구글이 독점하거나 갑질 행위를 하는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공정위 등 정부 기관이 해야할 가장 큰 역할인데, 해당 기관 관계자들이 전문성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플랫폼의 갑질을 막기 위한 법안이 오히려 국내 인터넷 업계 발목만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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