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 8강전에서 참가자들이 셀프 세일즈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 8강전에서 참가자들이 셀프 세일즈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나는 국대다!’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대변인 뽑기 토론배틀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의 머리는 지금 ‘정책공모전’으로 가득할 것이다. 자신의 주도로 성사된 토론배틀이 한국정치에 신선하면서도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 여권 전체를 바짝 긴장시켰으니 그의 마음속에는 ‘정책공모전’도 대성공시키려는 의욕이 활활 타오르고 있지 않을까?

이준석이 지난달 26일 밝힌 정책공모전 기본구상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좋은 정책을 공모해 국민의힘의 추진 과제로, 또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면 정부 차원의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주거·환경·노동·일자리·산업진흥 등 모든 분야에서 좋은 정책을 공모하면 여의도 바닥에 자주 오시는 교수님 몇 분이 아니라 어쩌면 열심히 연구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젊은 대학원생의 생각이 대한민국의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한 정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학교 밖에서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감 있는 제안을 하는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정답일 수도 있다”라는 것이다.

이준석은 정책공모전 구상을 밝히면서 “좋은 정책을 가려 뽑기만 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그 입안자들이 정부와 청와대에서 그것을 실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까지도 정당의 역할일 것”이라는 말도 했다. 훌륭한 정책 아이디어가 더 많이 제안될 수 있도록 ‘자리를 떡밥(보상)’으로 깐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정책공모전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정책공모전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보상을 걸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은 사실 새롭지는 않다. 세계적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우수관객상(1996년)을 받은 ‘스피츠파이어 그릴’에도 그런 게 나온다. 식당(스피츠파이어 그릴)을 팔고 은퇴하고 싶지만 제 값에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낙담만 거듭하는 외로운 노인에게 주인공은 “‘스피츠파이어 그릴을 운영하고 싶으면 왜 이 식당을 운영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와 운영 방법을 담은 글을 100달러와 함께 보내라.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골라서 식당을 넘기겠다’는 제안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100달러면 괜찮은 식당을 갖게 된다는 생각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제안에 응모했으며, 노인은 자신이 원했던 가격보다 나쁘지 않은 가격에 식당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

스웨덴에는 ‘속도위반 로또’가 있다고 한다. 속도위반을 하는 자동차 운전자가 낸 벌금을 모아 속도를 지킨 운전자 한 명을 추첨, 그 벌금을 로또 당첨금처럼 지급하는 제도다. ‘속도위반 로또’가 도입된 후 속도를 지키는 운전자가 늘었음은 물론이다. 브라질에는 ‘무료 와이파이 택시’가 있다고 한다. “안전벨트를 매면 무료 와이파이가 터진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택시인데, 안내문을 붙이기 전에는 승객 대부분(92%)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으나 안내문을 붙인 후에는 한 명도 빠짐없이 벨트를 매더라는 것이다. 해외 사정에 좀 밝은 사람들이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의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소개하는 스웨덴이나 브라질의 이런 아이디어 정도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수준과 끈기라면 얼마든지 개발하리라는 게 내 생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도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 한국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위한 비전을 마련하자는 정책공모 아이디어를 2년 전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국가 발전을 위한 변화를 국민들의 생각에서 끌어오자”면서 “지금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공유자동차 타다 문제 같은 것도 30~40개 동아리에 각각 1,000만원씩 줘서 해결방안을 마련하게 하고 그중 가장 뛰어난 것에 2억 원 정도 상금을 주겠다는 방식으로 사회적 논의에 부치면 정부가 내놓은 어떤 방법보다도 더 나은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숭호   ▲언론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정숭호 ▲언론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

그는 또 “사회적 문제를 이런 식으로 사회적 논의에 부치면 정부가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안이 나온다. 그렇게 1만 개 동아리에 1,000만 원씩 주면 많은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렇게 해도 1,000억 원이면 된다. 우리는 사회적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한 세대 전에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곳에서 돈을 벌어 왔듯이 국민적 에너지를 쏟을 일을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아이디어에 반한 나는 이를 소재로 칼럼을 쓰기도 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정부와 공무원들이 사회적 문제를 앉아서 풀려 하지 말고 국민들의 생각에서 해결책을 끌어오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제안은 여전히 나를 사로잡고 있다.

이준석의 정책공모전이 잘 진행되면 끈기 있는 능력자들인 한국 네티즌들의 성향을 미래지향적, 생산적으로 바꾸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능력과 끈기는 전 법무부장관 조국의 과거 SNS를 샅샅이 뒤져 그를 누더기처럼,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것이다. 이 능력과 끈기를 지금보다 더 생산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려면 충분한 보상이 약속된 건설적 아이디어 생산에 매달리게 하는 것 이상의 수단이 없다고 본다. 이준석 대표님, 돈 왕창 끌어와서 정책공모전 당첨자에게 상금도 많이 준다고 약속해보세요. 흥행은 대박을 넘어 대대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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