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대전 유성구 한 호프집에서 '문재인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멀어진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민생 행보인 ‘윤석열이 듣습니다’ 공식 첫 장소로 대전을 택했다. 현 정권의 ′탈(脫)원전′과 ′안보′를 동시에 겨냥한 행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른바 ‘충청 대망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충청을 구심점으로 지역적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6일 윤 전 총장은 대전에서 첫 지역 민생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천안함 및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한 윤 전 총장은 대학원 재학생들을 만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윤 전 총장이 첫 행선지로 대전을 택한 것을 두고 ‘충청 대망론’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윤 전 총장도 이날 대전‧충남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분위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서울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500년 전부터 부친, 사촌들까지 뿌리는 충남에 있다”며 “저에 대해 충청 대망론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굳이 옳다 그르다 비판할 문제는 아닌 거 같고, 지역민의 하나의 정서”라고 말했다.

앞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서도 윤 전 총장은 충청에 대한 친근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를 방문한 그는 “제 뿌리는 충남”이라며 “조상이 500년 이상 사셨으니까 저의 피는 충남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이 충남이라는 점은 윤 전 총장을 ‘충청권 인사’로 분류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충청을 지역구로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서울사람에게 당신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것은 아버지의 고향을 묻는 것과 같다”며 “충청에 대해 친근감을 표시하고 이런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걸 이 사람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등 색안경을 끼면 안 된다”며 “이 지역에 연고가 있다고 말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고 그걸 확인해 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현충탑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불은 지폈지만 효과는 ′글쎄′

윤 전 총장이 이날 ‘충청 대망론’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미 지역 민심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TBS의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따르면, 윤 전 총장의 대전‧세종‧충청 지지율은 36.3%로 이재명 경기도지사(30.9%)를 앞질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 역학적 측면에서도 충청 대망론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야권의 유력 주자지만, 지역 기반이 부족한 윤 총장으로서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대통령 선거에선 지역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지역주의가) 옳지는 않지만, 필요는 하다”라며 “윤 전 총장으로선 대구‧경북을 안으면서 충청을 아우를 경우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충청 대망론’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른다. 사실상 매번 선거 때면 끓어오르다 식었던 탓이다. 김종필‧이회창‧반기문‧안희정 등 거론된 인사만도 여럿이다. 

여기에 더해 윤 전 총장의 ‘연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도 문제다. 그의 충청 대망론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요인 중 하나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충청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충청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 한번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박 평론가는 통화에서 “충청권에서 정치 생활을 하고 살았던 사람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충청 대망론을 이야기할 경우 통할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은 충청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데다가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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