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안 가중… 벤츠 코리아 “모든 차량 문제해결 시까지 무상수리 제공”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 대표이사가 더 뉴 S클래스 출시행사를 축하하며 차량 소개를 하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서 시동 불량 및 계기판 디스플레이 꺼짐 증상이 지속적으로 신고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은 이러한 결함에 대해 현재 무기한 무상수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28일 더 뉴 S클래스 한국 출시 행사.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 1위 메르세데스-벤츠가 품질 불량 및 이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또’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 국내에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48V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모델에서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행 중 시동 꺼짐과 계기판 꺼짐 현상도 신고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벤츠 코리아는 이와 관련해 ‘리콜’ 조치 대신 ‘무상 수리’를 제시해 논란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벤츠 코리아는 지난 2015년 시동 꺼짐 현상이 나타나는 ‘S63 AMG 4매틱’ 차량에 대해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리콜을 차일피일 미룬 바 있다. 이에 당시 한 차주는 “시동 꺼짐에도 차량을 교환 안 해줘”라며 광주광역시의 한 벤츠 매장 앞에서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2억원 상당의 벤츠 S63 AMG 4매틱 차량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해당 차량에 대한 결함 조사에 착수했고, TS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결함’으로 판명을 내리고 강제적인 리콜을 시행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차량 중대 결함에 대해 리콜을 하지 않는 벤츠 코리아의 배짱 장사 태도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수입차시장의 절대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불미스런 잡음에 연이어 휩싸이고 있다.
국내 수입차시장의 절대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이 결함 이슈로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벤츠 코리아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커지고 있다.

◇ ‘시동 불량’ 신고 상반기 100건… 일본은 해당 문제로 리콜 시행

8일, TS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 및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에 따르면 ‘벤츠 마일드하이브리드 시동 불량’ 사례가 지속적으로 신고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에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벤츠 MHEV 차량 시동 불량 현상 신고접수 내역을 문의한 결과 ‘100건’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벤츠 시동 결함 신고접수까지 합치면 100건을 넘어선다.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은 제외한 결과다.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벤츠 시동 불량’ 내역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차량이 출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불량이 나타나는 차량은 대부분이 48V MHEV 모델로, △S580 4매틱 △GLE450 4매틱 △CLS450 4매틱 △AMG E53 4매틱+ 쿠페 △AMG GT43 4매틱+ 하이브리드 등이다.

특히 지난 6월 3일 S580 4매틱 차량에서 시동 불량 현상이 나타났다고 호소하는 소비자는 “5월 4일, 차량 인수한 당일 저녁 첫 시동을 걸 때 ‘48V 배터리 이상’ 메시지와 함께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해당 차량 누적 주행거리는 0㎞다.

그 외 동일결함을 호소하는 게시물을 보면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가 64㎞, 1,100㎞, 1,600㎞ 등에 불과하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시동 불량으로 인해 서비스를 한 차례 받았음에도 주행 중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했을 때 또 시동이 꺼지고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고도 호소했다.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도 적은 건수지만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행 중 시동 꺼짐 증상이 나타난 차량은 벤츠 CLS450 4매틱 2019년식 모델로, 역시 48V 배터리가 장착된 MHEV 차량이다.

CLS450 4매틱 차량 소유주는 “지난 4월 5일 고속도로에서 90㎞/h로 주행 중에 갑자기 ‘48V 배터리 오류’가 발생한 후 엔진이 정지했고 가속이 불가한 상태가 됐다”는 내용을 지난 4월 24일 리콜센터에 신고했다. 신고자에 따르면 해당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는 1만2,000㎞ 정도에 불과하다.

벤츠 코리아 측은 이러한 시동 불량 현상이 나타나는 차량에 대해 현재 무상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무상 수리 기간은 무기한이다. 현상이 나타나는 차량의 소유주는 언제든지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차량을 수리 받을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지난 3월, 동일 결함으로 인해 48V 배터리가 장착된 벤츠 차량 2만8,000여대에 대해 리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배터리를 관리하는 시스템 제어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개선)하는 방식으로 리콜을 진행 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대처에서 소폭 차이를 보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무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점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국토부가 지난 6월 초 벤츠 MHEV의 시동 불량과 관련해 차량 결함 리콜 조사를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에 명령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 측 조사에서 ‘시동 불량’이 결함으로 판명 난다면 자동차관리법 및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 및 한국법인 측으로 강제 리콜 명령을 지시할 수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 강제적인 리콜이 시행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 리콜 대상에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수입차 중 판매대수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9세대 모델을 운행 중인 차량 소유주들 사이에서 계기판 꺼짐 현상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 E클래스 및 일부 차종, 계기판 꺼짐 현상도 발생… 상반기 28건 접수

이와 함께 일부 벤츠 차량에서는 주행 중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꺼지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신고되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지난 상반기동안 접수된 벤츠 계기판 꺼짐 현상 사례는 총 28건이다. 7월 1일부터 현재까지도 관련 결함은 꾸준히 접수되고 있으며, 공개된 신고접수 내역만 추가로 5건이 확인된다. 벤츠의 계기판 꺼짐 현상은 대부분 E클래스 모델에서 발생하고 있다.

리콜센터에 접수된 내용 중 E220d 4매틱 2019년식 모델을 이용 중인 한 소비자는 “해당 현상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주행을 할 때마다 (계기판 꺼짐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서비스센터 방문해 해당 건에 대해서 문의하니 현상에 대해서는 확인했으나, 현재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과정이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조치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벤츠 E250 2020년식 모델 차주 역시 “주행 중 계기판 화면 꺼짐 현상이 수차례 나타나고 간헐적으로 내비게이션도 꺼지기도 해 야간 주행시 불안함이 크다”며 “그러나 벤츠 서비스센터에서는 원인 파악이 힘들다며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계기판 꺼짐 증상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은 2021년 4월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계기판 꺼짐 현상은 E클래스 외에 2020년식 GLE300d 4매틱 등 다른 벤츠 차량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신고가 접수됐다. 즉, 벤츠 차량의 계기판 꺼짐 현상은 E클래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벤츠 코리아 측 관계자는 이번 결함 논란과 관련해 “시동 불량에 대해서는 증상이 나타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기한을 제한하지 않고 무상수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계기판 꺼짐 현상 역시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고, 업데이트 이후 동일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계기판 꺼짐 현상과 관련해 국토부 및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은 “현재 해당 문제에 대해 신고 접수되는 내용을 취합하고 예의 주시 중”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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