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5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는 2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사고에 이른 구체적 과정 등은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고려아연의 안전 잔혹사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10년간 14명의 사망자와 57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가까운 최근만 살펴봐도 2019년엔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엔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도 이번 사고에 앞서 이미 1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또한 고려아연은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으로 원·하청 통합사고 사망 만인율이 높은 사업장에 포함됐다. 

이 같은 앞선 사망사고와 연이은 불명예는 고려아연에게 있어 안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였다. 그러나 신호는 외면당했고, 결국 2명의 근로자가 또 다시 목숨을 잃는 비극을 초래했다. 이번 사고 이후 이뤄진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에서 적발된 고려아연의 안전·보건조치 위반 건수는 무려 214건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사고 직후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국민 여러분께 큰 염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이런 사고가 발생해 참담하고 침통한 심정”이라며 “사고 수습 및 관계 기관의 사고 원인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결과에 따른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 안전한 작업장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3,5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안전경영체제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개방형 안전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안전 관련 전담인력을 대폭 늘려 중대재해를 ‘제로화’ 시키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고려아연의 이러한 발표는 어딘지 낯설지 않다. 5년 전인 2016년 6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는 황산 유출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당시에도 고려아연은 “참단한 심정”이라며 “사고처리 전담반을 구성하고 부상자 치료와 보상 등 피해 복구를 위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피해 복구를 위해 향후 안전분야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종합적인 안전 쇄신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5년 간 3,000억원의 비용을 안전·환경·보건 분야에 투입하고, 안전 관련 전담인력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5년 전 고려아연의 사과와 약속은 안타까운 목숨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고려아연은 ‘또’ 사과와 약속을 내놓았다. 구구절절한 사과와 흠잡을 데 없는 안전대책에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다. 

고려아연은 최창근 회장이 “안전을 회사 경영철학의 제1원칙으로 삼고 고강도의 개선대책을 마련해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제련소가 되겠다. 경미한 안전 및 환경 사고도 누구나 거리낌 없이 공개해 신속히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사업장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디 이번만큼은 고려아연과 최창근 회장의 ‘말’이 무색해지지 않길 마음을 다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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