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경우 대체로 자동차 과실 높아… 같은 상황, 진로방향에 따라 과실 달라
자동차가 PM 대비 ‘가해 위험성’ 높아서 과실 다르게 책정
“‘비정형’이라서 향후 수정 가능성 존재… 과실비율 관련 개정 건의도 가능”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를 안전장비 없이 이용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 자신뿐만 아니라 보행자에게도 심각한 부상을 발생시킬 수있다고 우려한다./ 사진=뉴시스
전동킥보드와 같은 PM과 자동차 간 교통사고 발생 시 과실 비율 산정과 관련해 손해보험협회가 비정형 기준을 제시했으나, 자동차에 매기는 과실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손해보험협회가 지난달 말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이동장치(PM) 대 자동차 간 교통사고에 대해 ‘과실비율 비정형 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손보협회가 제시한 이 기준은 PM과 자동차의 사고 발생 시 손해보험사 측에서 과실비율 분쟁 및 소송에 참고 자료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의 운전자는 해당 기준에 대해 불만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협회가 마련한 ‘PM 대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 비정형 기준’ 38가지 사례가 대체로 자동차 운전자에게 과실 비율을 높게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상황임에도 PM과 자동차의 주행 방향에 따라 과실 비율을 다르게 책정한 점도 운전자들에게는 ‘난센스’로 다가온다.

PM 대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 비정형 기준 38가지 중에서 PM이 100% 과실을 떠안는 경우도 존재한다. PM 100% 과실 사고 사례는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녹색신호 또는 좌회전 신호에 맞춰 주행을 할 때 △PM의 사거리 교차로 및 횡단보도 신호위반 △좌회전 시 PM이 중앙선을 침범해 자동차를 추월 △주차된 자동차 또는 주행 중 정차 중인 자동차의 후미 추돌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아닌 △폭이 같은 신호등 없는 교차로 사고(직진 대 직진, 직진 대 좌·우회전) △대로·소로 구분이 되는 교차로 사고 △PM·자동차 모두 신호위반 사고 등에서는 대체로 자동차에 과실 비율이 높게 산정됐다.

가장 먼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사고 과실 비율은 양측 모두 신호위반으로 직진을 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앞서 한 경제지에서 다룬 바 있다.

상황은 PM과 자동차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신호등이 존재하는 사거리 교차로의 적색신호를 위반해 주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다. 이러한 사고에 대해 손보협회는 자동차의 과실을 70%, PM 과실을 30%로 매겼다.

손보협회 측은 이러한 과실 비율을 매긴 이유로 “양측 모두 적색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해 신호위반을 했으나, PM은 통상 자동차에 비해 저속으로 운행하므로 자동차 운전자는 이를 발견해 사고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다”며 “또한 PM은 상대방 차량에 대한 가해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과실을 ‘PM 30 대 자동차 70’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 손해보험협회
왼쪽 그림의 경우 우측 도로 PM의 우선 통행권을 인정해 기준 과실을 20%만 부과했으나, 오른쪽 그림에서는 자동차에게 우선 통행권을 부여했음에도 과실은 60%에 달한다. 같은 상황이지만 과실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 손해보험협회

또 신호등이 없는 동일 폭 교차로 사고에서는 도로교통법 제26조 제3항에 따라 우측도로에서 진입하는 대상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으로 적용되며, 이는 손보협회가 만든 PM 대 자동차 교통사고 과실비율 비정형 기준에도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우측에서 주행하는 대상이 자동차인 경우에는 이러한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먼저 PM이 우측 도로에서 직진을 하다 왼쪽 도로에서 직진하는 차량과 사고가 발생할 시 주행 우선권은 PM에게 있다. 이 때문에 기본 과실은 PM 20%, 자동차 80%로 산정됐으며, 설명에도 우측 도로 진입 대상 우선권에 대해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자동차가 우측에서 직진을 하고 PM이 좌측에서 직진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PM에게 과실이 40%, 우측 도로에서 직진하던 자동차는 60% 과실이 부과된다. 앞서 ‘오른쪽 PM·왼쪽 자동차’ 사고에 부과하는 과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대로와 소로 구분이 명확한 교차로에서는 이러한 과실 차등 적용이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 손해보험협회
PM이 대로를 달리고 우측 도로인 경우 소로에서 진입하는 자동차와 사고가 발생한다면 PM 과실은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자동차의 과실은 40%까지 높아진다. / 손해보험협회

우측 도로가 대로인 상황에서 대로를 직진으로 달리는 PM과 소로에서 직진하는 자동차가 교차로 내에서 사고를 일으킬 경우, 과실 비율은 PM에게 10%, 자동차에는 90%가 부과된다. 그러나 반대로 PM이 왼쪽 도로 소로에서 직진을 하고, 자동차가 오른쪽 도로 대로에서 직진을 하는 중 사고가 발생하면 PM 60%, 자동차 40% 과실을 매긴다.

대로 및 우측 도로 우선 주행이 적용됐음에도 자동차는 대체로 많은 과실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고에 따라 붙는 내용으로는 ‘가해 위험성’이 있다. 자동차가 PM에 비해 가해 위험성이 현저히 높기 때문에 과실을 더 부과한다는 얘기다.

또한 손보협회는 앞서 교차로 신호위반 사고에서 설명했듯이 “PM은 통상 자동차에 비해 저속으로 운행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러한 과실 부과 기준에 대해 운전자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눈치다.

실제로 PM 대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과 관련한 온라인 영상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은 “전동킥보드(PM)가 자동차에 비해 느리면 정지하거나 주변을 살필 여유가 더 있는 것 아니냐” “자동차가 조심해야 큰 사고가 안 나는 것은 맞지만 90대 10은 너무하다” “킥보드로 보험사기도 가능하겠다” “또 탁상행정”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앞서 이러한 기준이 없을 때 PM은 자전거 기준에 적용해 과실 비율을 매겨왔으나, 자전거보다 급가속·급출발이 가능해 과실비율이 상향조정됐다”며 “그럼에도 대체로 PM 과실이 자동차에 비해 낮은 이유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상대에게 입힐 수 있는 가해 정도 차이 때문으로 보이며, 자동차가 PM에 입힐 수 있는 피해 정도가 커 차량에 주의 의무를 더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만든 PM 대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 비정형 기준은 말 그대로 ‘비정형’이라서 과실 비율이 100% 확정된 것은 아니며, 약 1년 정도의 시간동안 데이터가 집계되는 과정에 조정될 수도 있다”며 “기준 개정 건의함을 통해 과실 비율에 대한 의견도 접수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 개정 건의함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 홈페이지(과실비율정보포털)에 존재한다. 운전자들 중 현재 과실 비율 산정에 이해가 되지 않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건의함에 의견을 낼 수 있다.

한편, 해당 사고 과실 기준은 법률 전문가를 통해 최근 개정·시행된 교통법규 및 최근 국내‧외 판례 등을 참조해 마련됐으며, 객관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교통‧법률‧보험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확정했다는 것이 손보협회 측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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