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합당 논의가 진전을 하지 못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야권 재편이란 큰 틀에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세세한 내용에서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야권 재편 과정서 어떤 식으로든 ‘중심축’을 담당하고자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당 측 실무협상단인 권은희 원내대표는 1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다음 주에 국민의힘에서 처음으로 저희들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담은 안을 갖고 오겠다고 했는데 대안의 정도에 따라 당겨질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어제까지 진행된 상황으로는 그렇게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전날(13일) 합당을 위한 정례회를 갖고 논의를 이어갔다. △당 기구 및 대통령 선출 규정에 대해 추가 조정 △정강 정책 변화 등 합의 사안에 대해 소위 구성 후 개정 논의 등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며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가 이날 라디오에서 “(어제 협상은) 입장차를 좁혀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한 정도”라고 언급한 것은 협상이 아직 초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대 쟁점으로 꼽힌 ‘당명 변경’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셈이지만 사실상 안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당장 안 대표의 존재감이 이전과 같지 않은 탓이다. 4‧7 보궐선거 단일화 국면에선 이른바 ‘안철수 돌풍’으로 불릴 만큼 초반에 상당한 위력을 보여줬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보수 야권의 핵심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얻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안 대표로서는) 합당을 통해 보수지지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당을 하더라도 이준석 대표와 혈전을 벌이는 것은 오히려 안 대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삼우제를 마친 뒤 제2연평해전 전사자와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이어 최재형까지 ′첩첩산중′

국민의힘 외부 인사들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평가된다. 사실상 국민의당의 입지가 안 대표 개인에게 의존한 측면이 크다 보니 안 대표의 낮아진 입지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TBS의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 대표는 2.1%를 기록했다. 범야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29.9%), 유승민 전 의원(4.5%),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1%), 최재형 전 감사원장(2.5%) 등에 밀린 5위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욱이 최근 최 전 원장이 본격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것도 안 대표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됐다. 윤 전 총장의 기세가 잠시 주춤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한 데다가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한 최 전 원장의 흐름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최재형 신드롬이 만들어질 거라 확신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가시화됐다는 말들도 새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과 연대하는 이른바 ‘철석연대’의 가능성도 회자된다. 윤 전 총장과 제3지대에서 새로운 중심축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지지자들이나 당원들을 통해 통해서 꾸준히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광주시당을 중심으로 그런 것이 강하게 형성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윤 전 총장과) 소통을 강화해야 되겠다는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정책적인 비전이 없는 상황에선 이런 외적인 결합을 한다 하더라도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배 소장은 “윤 전 총장과 향후 단일화를 노려본다, 정치적 빅텐트를 통한 영향력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건 우선적으로 나의 지지기반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만 없는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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