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제 이스타코 회장은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자 적극적인 주식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타코 홈페이지
김승제 이스타코 회장은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자 적극적인 주식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타코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본격적인 대선 국면 속에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치솟은 이스타코의 김승제 회장이 씁쓸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 다른 정치인 테마주와 달리 보기 드문 ‘정책’과 관련된 테마주지만, 주식 처분에 여념이 없는 김승제 회장의 모습이 정치인 테마주의 또 다른 민낯을 드러낸다.

이스타코는 부동산 분양 및 임대 사업과 교육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곳으로, 지난해 연 매출 58억원을 기록한 중소기업이다.

이처럼 규모가 크지 않고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스타코가 주식시장의 ‘핫한’ 존재로 급부상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이스타코는 지난해 말 주식시장이 막을 내렸을 당시 677원의 주가를 기록한 ‘동전주’에 불과했다.

그랬던 주가가 지난달 말 장중 한때 7,550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6개월 새 무려 1,000%, 10배 이상 주가가 뛴 것이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올 상반기 가장 큰 폭의 주가 상승률에 해당한다.

이스타코의 주가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이유는 다름 아닌 정치인 테마주 현상 때문이었다. 이스타코는 여권 대권주자 중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테마주로 지목되면서 경이로운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다만, 이스타코가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된 배경은 대다수 정치인 테마주와 조금 달랐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정치인 테마주’ 현상은 대부분 학연 등 아주 작은 연결고리를 근거로 삼고 있다. 설사 해당 정치인이 성공을 거둔다 해도 실제 수혜 가능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이스타코는 이재명 지사의 주택정책, 구체적으로는 ‘장기공공주택’ 정책과 관련해 테마주로 지목됐다. 물론 이 역시 실제 수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할 순 없으나, 다른 정치인 테마주에 비하면 비교적 그 이유가 합당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스타코는 다른 지점에서 정치인 테마주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김승제 이스타코 회장이 분주하게 지분을 처분하며 정치인 테마주 현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승제 회장의 주식 매도는 지난 5월 12일부터 시작됐다. 이후 가장 최근인 지난 12일까지 정확히 두 달 사이에 그가 처분한 주식은 125만주다. 처분단가는 2,802원~7,500원으로, 총 50억원이 넘는 현금을 거머쥐었다. 이는 이스타코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의 14배이자, 매출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은 김승제 회장만이 아니다. 특수관계인에 속하는 친인척과 계열사도 같은 기간 적극적으로 주식을 처분했다. 그 결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김승제 회장이 보유한 이스타코 주식은 1분기 말 대비 345만5,228주, 지분율로는 약 8% 감소했다.

물론 김승제 회장의 이 같은 주식 처분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장사를 이끄는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정치인 테마주를 활용해 ‘한몫 잡기’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다소 씁쓸하긴 하지만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두고 뭐라 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해당 기업이나 경영자의 비전 및 신뢰는 오히려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고, 이는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타코는 지난 2월 조회공시요구 답변에서 “이재명 지사와 당사는 어떠한 관련도 없으며 당사가 영위하는 사업 또한 이재명 지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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