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주주명부를 확보해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주주명부를 확보해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사조그룹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공세가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소액주주들이 보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소액주주연대는 세를 더욱 키우는 것은 물론, 임시주주총회 소집 등을 통한 실력행사가 한층 수월해지게 됐다. 반면, 승계라는 당면과제가 남아있는 사조그룹 오너일가 앞엔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모습이다.

◇ 주주명부 확보해 주주서한 발송한 소액주주연대

올해 들어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한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중요한 성과를 냈다. 소액주주연대 및 사조산업 공시에 따르면, 소액주주연대가 지난 5월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이 최근 법원에서 인용됐다.

법원은 “주주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주주명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실질 주주 역시 이러한 주주명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회사는 그 청구에 정당한 목적이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고 가처분신청 인용 이유를 밝혔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뜻을 모은 일부 소액주주들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법무법인과 자문계약을 체결한 뒤 경영 참여 추진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 5월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며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정당한 요건을 갖춰 사조산업 측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자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이미 사조그룹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사조산업은 지난해 말부터 골프장 자회사의 다른 골프장 흡수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흡수합병 대상은 사조그룹 오너일가 3세 주지홍 부사장이 사실상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골프장이었다. 하지만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오너일가가 소유한 부실 골프장을 계열사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논란이 확산하면서 사조산업은 이를 전면 철회했다. 

◇ 주지홍 징계 추진 등 ‘공세 예고’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후인 지난 12일 본사를 방문해 주주명부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연대 측이 사측에 언성을 높여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측이 주주명부를 엑셀 파일이 아닌 스캔된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공한 것이 이유였다.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이미지 파일로 주주서한을 보내려면 엑셀 파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한 꼼수라고 생각해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엑셀 파일로 주주명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주명부를 확보한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5일 모든 주주에게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여기엔 사조산업에서 소액주주운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내용과 함께 사조그룹 오너일가의 주주재산권 침해 사례가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절차에도 착수했다. 사측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및 임시주주총회의 목적사항이 정관에 위배되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조만간 보낼 예정이다. 만약 사측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가처분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입장이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해임과 주지홍 부사장에 대한 징계 등을 다룬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3%룰’이 적용돼 성사 가능성이 높은 감사위원 해임 및 선임에도 나설 방침이다.

송종국 대표는 “주주서한 발송을 통해 그동안 사조산업이 지닌 문제나 우리의 활동을 알지 못했던 주주들도 많이 합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주지홍 부사장으로의 3세 승계작업이 한창인 사조그룹 오너일가는 중대한 변수를 맞닥뜨리게 됐다. 주지홍 부사장은 이미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지만, 복잡한 상호출자구조 해소 및 사조산업 사내이사 등재 등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한편, <시사위크>는 이 같은 소액주주연대의 움직임에 대한 사조산업 측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담당자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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