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서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를 하기 위해 경내로 들어서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뉴시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서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를 하기 위해 경내로 들어서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그동안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아리송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를 지낸 바 있다. 그는 재임 시절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정치권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이 꾸준하게 거론돼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를 정치적 흥행 요건을 가진 인물로 평가했다. 경제통 관료 출신이라는 점과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자란 ‘소년 가장’ ‘상고 졸업’이라는 출신 배경도 주목을 받았다.

김 전 부총리는 여야를 넘나든 정치권의 계속되는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점차 높여갔고 지난 16일에는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 세력의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며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대선에 나올 각오가 됐나’라는 질문에 “퇴직 후에도 사회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지는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제가 미래와 또 우리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헌신을 하는 것이 제 도리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앞으로 어느 당에 들어가서 뛸 것인지’에 대해 묻자 “이 정치판 자체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세력 교체의 취지에 맞는 식으로 환골탈태를 하게 되는 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총리는 ‘환골탈태’를 전제로 제3지대에서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라는 말을 제가 별로 좋아하거나 동의하지 않지만 우선은 기존에 있는 정치권에 많은 분들, 정치 엘리트들, 정치세력이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며 “환골탈태가 된다면, 정치 세력 교체나 의사결정 세력의 교체 취지에 맞는 식으로 된다면 같이 힘을 합쳐야 되겠죠”라고 밝혔다.

◇ 제3지대 대선출마 의지 드러낸 김동연

김 전 부총리가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자 국민의힘은 결국 자신들과 힘을 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방송에서 “김동연 전 총리도 여권이 잘 길러놓으신 아주 훌륭한 인재를 야당에게 양자로 보내는 것”이라며 “여당에서는 또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서 비난하겠지만 김동연 전 부총리는 성향으로 보나 야권 인사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도 막판 후보단일화 등의 방식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부총리가 ‘꽃놀이패’를 손에 쥐었다는 평가도 있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차기 대선과 차기 정부에서의 입지 등을 고려했을 때 손해볼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마 김동연 전 부총리도 본인 자체가 별이 되겠다는 건지 아니면 별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건지의 고민이 있을 거라고 본다”며 “그렇게 보면 여권도 야권도 어느 쪽이나 공간을 열어놓고 있는 거라고 보고 저희로서도 굳이 닫아놓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는 결이 다른, 대선 국면에서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는 포지션을 선점했다”며 “굉장히 김 전 부총리에게는 꽃놀이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막판에 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여당 후보와도 막판 단일화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만일 김 전 부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김 전 부총리가 단일화로 후보가 된다면 자신의 말대로 정치세력의 교체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안된다고 해도 다음 정권에서 김 전 부총리는 바로 차기 대선주자 1순위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니면 다음 정권에서도 경제 관련, 대한민국 시스템 관련해서 뭔가 주요한 자리를 맡든지, 아니면 다른 당에 입당을 하든지 뭔가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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