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고 원인과 과실 비율을 따지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 과실산정은 운전자가 가입한 손해보험사 측이 처리하는데, 과실비율에 수긍하지 못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분쟁조정 기관인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이하 분심위)’에 접수를 하면 과실을 재차 따져볼 수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운전자들은 분심위에 대해 불신을 드러낸다. 왜일까.

온라인상에서 분심위와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면 운전자가 예측도 불가능하며 피하지 못하는 교통사고에서도 분심위에서는 피해자에게 10% 이상의 과실을 부과하는 상황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이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 해당 게시글을 작성한 운전자 A씨는 지난해 말 인천 송도의 편도 6차 대로를 3차로에서 50㎞/h 이하의 속도로 주행하던 중 우측 소로에서 대로로 진입해 3개 차로를 연속차로변경하던 차와 사고가 발생했다. 연속차로변경 하던 차량이 글쓴이의 차량 우측 뒷바퀴 부분을 들이받은 사고다.

글쓴이에 따르면 해당 사고 발생 시 양사 손해보험사 측 담당자는 모두 “100% 연속차로변경 차량 과실”이라고 설명했으나,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수긍을 하지 못하겠다고 해 분심위에 접수를 하게 됐다.

그 결과 분심위에서는 “운전자 A씨가 소로에서 대로로 진입하는 차량의 차로변경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손상부위(우후측면) 등을 감안했다”면서 정상적으로 직진을 하던 운전자 A씨에게 10% 과실이 있다고 심의했다.

분심위 측이 대로로 진입하려는 차량의 차로변경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근거는 블랙박스 영상에 해당 차량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박스를 여러번 돌려보더라도 집중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면 해당 차량은 명확히 인지하기 힘들다. 또 블랙박스가 비추는 전방 카메라 화각은 운전자의 시야보다 더 넓다. 블랙박스에는 보이더라도 운전자는 자동차의 A필러에 가려지는 사각지대 등으로 인해 인지가 불가능한 경우가 더러 있다. 분심위가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고려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A씨가 올린 블랙박스 영상과 상황 설명, 분심위 측의 과실 심의결정 사유 등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분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분심위에 대해 “눈 뜬 장님” “양심이 없다” 등 비판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외에도 분심위 측의 이해 못할 교통사고 과실 산정은 수도 없이 많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은 분심위를 “분쟁을 심화시키는 위원회의 줄인 말”이라고까지 비하한다.

오죽하면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 잘 알려진 한문철 변호사마저 “분심위 가면 사건이 망한다”며 “100대 0이냐, 아니냐를 다투는 사건은 분심위를 거치지 말고 바로 소송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말까지 할까.

전문가 집단(단체)이 존재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전문적 견해와 분석으로 시비를 가려달라는 데 있다. 물론 유·무죄를 다루는 사법적 판결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일반적인 상식이나 통념에서조차 벗어난 결정(결과)을 내놓는다면 어느 누가 해당 집단을 신뢰하고 의지하겠는가. 

과연 분심위 위원들 본인 일이라도 이 같은 결정에 수긍할 수 있었을지 되묻고 싶다.  부디 앞으로는 상식적인 판결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편, 분심위는 심의위원장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분쟁심의 담당 임원’과 심의위원 ‘자동차보험 과실분쟁소송 전문 변호사 50인’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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