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송대성 기자  현재 대한민국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사람들과 재산을 늘리려는 사람 등이 혼재된 부동산 시장. 정부가 수차례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이유 역시 이러한 흐름이 반영된 결과나 다름없다. 

한계점이 없는 듯 치솟는 집값과 함께 전세난까지 우려되며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시기에 3기 신도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이 부동산 시장에 안정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작 집을 짓는 건설사들은 태평하기만 하다. 오히려 ‘고급화’라는 말을 앞세워 또 다른 갈등과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저마다 기존의 주택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최고의 품질과 성능으로 차별화된 주거 공간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담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해 활용하고 있다. 현대건설 ‘디에이치’, DL이앤씨 ‘아크로’. 롯데건설 ‘르엘’,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무 지역이나 해당 브랜드의 아파트를 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조건을 세워뒀는데 입지나 발전 가치,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그러나 사실상 한강변에 위치하거나 강남 등 소위 땅값이 비싼 지역에만 세운다는 계산이다. 브랜드 도입 때부터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조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급화 브랜드다보니 현재로서는 강남이나 한강변 등 분양가가 높은 지역만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급 자재와 마감재를 사용하고 주민 편의를 위한 커뮤니티 시설까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다양하게 구성돼 공사비가 적잖이 들어가는 터라 분양가 역시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하이엔드 브랜드. 하지만 오히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비싼 지역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게 되면서 지역 간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기 힘든 상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따른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더라도 각각 하이엔드 브랜드, 기존 브랜드로 지어진다면 ‘누구는 되고 누군 안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게 불 보듯 뻔하다. 건설사가 지역을 차별한다는 지적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재개발조합과 건설사 간의 갈등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은 ‘e편한세상’을 ‘아크로’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DL이앤씨가 이에 난색을 표하면서 시공사를 교체하기로 했다. 비싼 공사비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었지만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재개발 조합도 시공사인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로 인해 조합 내부에서는 시공사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건설사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 3월 DL이앤씨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에 비수도권 최초로 ‘아크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타지역에서도 똑같이 해달라는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남발될 경우 희소성이 사라진다는 우려도 따르지만 이 또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지역 간의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을 만들어낸 건설사들이 짊어지어야 할 짐이다. 

반대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놓지 않은 삼성물산 ‘래미안’과 GS건설 ‘자이’는 각각 24년 연속 국가고객만족도조사 1위, 올해 1분기 브랜드 관심도 1위를 기록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하이엔드 브랜드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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