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스마트 미디어가 발전하면 가속화되면 '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예상한다.  과연 디지털 사회에서 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달 16일 국내 대표 서점 브랜드인 ‘반디앤루니스’가 문을 닫았다.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함께 국내 오프라인 서점의 ‘빅3’로 불리던 반디앤루니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것은 출판업계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출판업계의 쇠퇴를 ‘디지털 사회’의 가속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PC의 대중화로 온라인 동영상(OTT), 실시간 스트리밍 등 실감나는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읽고 손으로 넘기는 불편함’을 가진 책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정보와 문화의 창구’로 여겨졌던 ‘책’은 과연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달 16일 국내 대표 서점 브랜드인 ‘반디앤루니스’는 경영 악화로 인해 폐업했다. 이는 국내 서점과 출판시장이 침체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사진=시사위크 송대성 기자 제공

◇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 오프라인 서점 매출, 해마다 감소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종이책’ 이용률은 해마다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해 3월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2013년 71.4% △2015년 65.3% △ 2017년 59.9% △2019년 52.1%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평가받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 애플의 아이폰5의 출시년도가 2011~2012년인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발달이 종이책 이용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 역시 비슷한 시기에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9 출판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액 규모 추정 수치는 △2014년 (1조4,286억8,600만원) △2015년 (1조3,801억100만원) △2016년 (1조3,842억4,100만원) △2017년 (1조3,089억8,400만원) △2018년 (1조2,691억9,800만원)으로 2016년을 제외하면 연간 약 3% 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반적인 출판 시장도 침체기에 들어선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8개 출판 기업의 총 매출은 4조8,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스마트폰이나 PC 등 IT기기의 발전이 종이책 출판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책보다는 IT기기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 과거보단 책이 좀 더 밀릴 수 있어 독서 인구 감소 등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PC의 대중화로 온라인 동영상(OTT), 실시간 스트리밍 등 실감나는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읽고 손으로 넘기는 불편함’을 가진 책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Gettyimagesbank

◇ “전자책부터 온라인 서점까지”… 디지털 시대를 맞은 책의 ‘진화’

다만 출판업계 관계자 및 IT분야 전문가들은 디지털 사회의 가속화로 ‘책’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쇠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IT기술과 책이 접목된 ‘전자책(e-book)’ 등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0 출판시장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 △탑코 △레진엔터테인먼트 △키다리스튜디오 등 웹툰 및 웹소설 등 주요 전자책 플랫폼 9사의 총매출액은 약 7,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9%나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114.3%나 증가한 76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전자책 유통사들의 매출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자책 유통사들의 매출액 추정 규모는 △2014년 (1,003억6,300만원)△2015년 (1,258억2,300만원) △2016년 (1,567억8,500만원) △2017년 (2,193억5,100만원 ) △2018년 (2,702억200만원)으로 해마다 평균 23.2% 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사회의 가속화로 ‘책’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쇠퇴하는 것이 아닌, IT기술과의 접목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전자책 'e-book'이다./ 사진=Gettyimagesbank

아울러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책뿐만 아니라 종이책과 IT기술이 서로 상호보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출판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판매방식뿐만 아니라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서점’과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12년 창업을 독일의 유명 언론 및 출판사 악셀 스프링거는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2000년대부터 조금씩 적자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오프라인 출판 사업을 접고 디지털 출판으로 전환한 후 영업이익은 8.5%, 매출은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류영호 DT(디지털 전환)추진실 부장은 지난해 8월 작성한 ‘세계 출판 시장 현황과 지속가능한 출판 사업 전략’ 보고서에서 “책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출판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유통 생태계 구축을 진행할 수 있다”며 “기성 출판업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함께 역량있는 스타트업들의 출판업계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발달로 출판의 위기를 말하기도 하지만 미디어 환경에서 최적화된 새로운 출판 콘텐츠를 만드는 실험과 도전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출판업계의 변곡점으로 작용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사태로 온라인 화상 수업의 정규화, 오프라인 서점을 통한 도서 유통량의 감소, 온라인 서점의 이용률 증가, 도서 판매의 분야별 격차, 전자책·오디오북의 비약적 성장 등 도서 소비 패턴의 구조적 변화가 한층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에 따라 출판계는 전반적인 소비 침체의 국면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지속 가능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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