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차 시장, 보합세… ‘경차 1위’ 레이, 전년 대비 37%↑
레이, 첫 출시 당시 넓은 실내공간으로 각광… 최근 차박 열풍에 호조세
현대차 SUV형 경차 캐스퍼 눈길… 유류비 개소세 환급 확대·연장 법안도 발의

국내 경차 가운데 기아 레이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기아
국내 경차 가운데 기아 레이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기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형 자동차(이하 경차)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차종으로 꼽힌다. 배기량이 낮아 출력이 떨어지고 차체 크기도 작아 실내공간이 협소해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택지도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연간 판매대수도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러한 경차 시장에서 그나마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적게나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차종은 기아 레이가 유일하다. 레이는 선택지가 좁은 경차 시장에서 상품성이 높은 차량으로 꼽힌다. 경차도 상품성을 갖춘다면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올해 하반기, 국내 시장에 20년 만의 경차 ‘캐스퍼(AX1)’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경차 붐을 다시 한 번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 경차의 신차 등록대수는 4만9,672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만9,923대)와 비교하면 0.5% 정도 줄어들며 보합세를 기록했다. 전체 신차 등록대수 감소율 4.0%(82만7,068대→79만4,148대)에 비하면 경차의 판매대수 감소는 선방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경차의 판매대수 감소세를 방어한 차종은 기아 레이다. 레이는 올해 상반기 1만8,774대(기아 판매대수 통계 1만8,518대)가 신규로 등록되면서 전년 동기 1만3,698대 대비 37.1% 상승했다.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를 제치고 국내 경차 판매량 1위 자리까지 올랐다.

최근 5년간 성적도 △2016년 2만153대 △2017년 2만359대 △2018년 2만7,243대 △2019년 2만7,478대 △2020년 2만8,449대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실적도 준수하다.

레이는 지난 2011년 11월, 첫 출시를 알렸다. 올해 11월이 되면 출시 10주년을 맞는다. 박스카 형태인 레이는 첫 출시부터 눈길을 끌었다. 앞뒤 바퀴 간의 축간거리를 최대한 늘리고 전고를 높였으며, 우측 2열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적용해 기존 경차보다 넓은 실내공간을 자랑해 효율성을 높였다.

레이의 이러한 공간효율성은 최근 자동차 시장에 불어치는 차박 열풍에도 부합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그간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가능하던 캠핑카 튜닝을 모든 차종으로 확대 허용하기도 했다. 덕분에 레이를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됐으며, 실제로 카셰어링 업체 쏘카에서는 캠핑카로 개조한 레이 차량을 운영 중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박을 즐기기에 적합한 차량으로 레이가 각광 받으면서 실적에서도 호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국지엠 다마스가 단종된 후 레이 밴 모델이 그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더해진다. 레이 밴 모델은 2열을 탈거해 적재용량이 1,447ℓ에 달하며, 2열 슬라이딩 도어 덕분에 화물 적재에 용이한 모델로 손꼽힌다.

현대차 AX1(캐스퍼) 티저 이미지. /
현대차 AX1(캐스퍼) 티저 이미지.

공간활용성이 뛰어나면서 저렴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곧 출시할 새로운 경차 캐스퍼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캐스퍼는 그간 경차에서는 보기 힘들던 SUV 형태의 차종이다. 현대차 소형 SUV 베뉴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국내 경차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국내 경차 기준은 △전장 3,600mm △전폭 1,600mm △전고 2,000mm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여기에 엔진 배기량이 1,000cc 미만을 충족해야 한다.

캐스퍼의 외관 사이즈는 3,595㎜·1,595㎜·1,575㎜이며, 파워트레인은 기아가 경차에 사용하는 76마력의 1.0ℓ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엔진 출력이나 전장·전폭은 기아 모닝 및 레이와 동일하며, 전고만 차이를 보인다. 실내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휠베이스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경차에 대한 혜택으로는 구입 시 취·등록세를 50만원까지는 감면을 받을 수 있으며, 추가분에 대해서만 납부를 하면 된다. 현재 경차에 대한 취·등록세는 차량 출고가의 4%로, 출고가가 1,250만원 이하일 경우 전액 감면되고, 1,25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납부를 하면 된다.

예로 국내 경차의 출고가격이 1,500만원일 경우, 1,250만원까지는 감면되며 초과분인 250만원의 4%인 1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소형 및 준중형 차량이라면 취·등록세가 7%로, 1,500만원 기준 112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100만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공영주차장 및 고속도로 통행료 등에 대해 50% 감면 혜택도 존재하고, 연 1회 자동차세를 납부하는 경차도 매년 1월 연납 신청을 하면 10% 감면을 받을 수 있는 등 여러 면에서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경차 소유자가 자동차 연료를 구매하는 경우 유류비에 부과된 개별소비세액을 연간 20만원까지 환급해주는 혜택도 있다. 다만, 이 특례는 올해 12월 31일에 종료될 예정이지만, 최근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연장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해 눈길을 끈다.

이병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경차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특례를 5년 연장하고 △한도액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확대하고 △영세자영업자에 대해서는 한도액을 50만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레이와 캐스퍼 등 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각에서 현대차 캐스퍼의 출시 가격에 대해 800만∼900만원대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확인된 사안이 아닌 것으로,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는 광주글로벌모터스 측에서 생산하는 것이며, 우리도 아직 차량 제원이나 출시 가격 등에 대해서는 공유 받은 것이 없다”며 “캐스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출시시기에 맞춰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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