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합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합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넘기기로 합의하면서 당내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21대 국회 개원 원구성 협상 당시 법사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며 다툼을 벌였다.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결국 법사위원장직은 원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가져갔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거부했다. 민주당은 이로 인해 원구성이 지연되자 국민의힘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독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민주당에게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놔야 한다며 거센 압박을 가했다. 이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사수 입장을 재확인하며 대신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게 돌려주겠다고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 윤호중,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지난 23일 연쇄 회동을 하고 법사위원장을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계속 맡고 후반기에 국민의힘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합의했다. 여야는 대신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고 심사 기간을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21대 국회 후반기 각종 입법 추진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사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26일 MBC 라디오에서 “(법사위가)상원처럼 군림한다. 또는 국회 전반적 운영을 좌지우지한다는 평가가 있어 왔지 않나”라며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이후에 우리 당이 추진하려는 여러 가지 입법과정도 지장 없으려면 법사위 기능에 대해서 좀 더 손을 대는 것, 그것을 전제로 해야만 법사위원장을 넘겨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 지금 합의안은 법사위 기능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고치는 것도 아니면서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에 우리가 추진하려고 하는 여러 가지 입법이 오히려 발목 잡히게 된 것 아닐까라는 우려가 있다. 이런 취지로 저는 (의총에서) 반대토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지금도 체계자구심사가 도대체 뭐냐 이걸 끊임없이 논쟁한다”며 “그래서 사실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벗어난 심사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되면서 법사위 운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되기 어렵다, 이렇게 저는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호중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상임위원장 재협상 불가’를 언급한 내용이 담긴 방송화면을 올린 뒤 “원내대표 당선 비법, 화장실에 갈 때와 화장실에서 나올 때를 달리하라”라며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야당 양도 합의의 잘못된 거래를 철회하고, 국회는 정부의 법제처 같은 체계자구 전문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주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법사위를 개혁하기로 했기 때문에 상원 노릇을 하는 법사위, 상왕 노릇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더이상 국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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