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 기준, ‘프레임’ 교환·판금·용접 수리 이력 있을 때
有사고차량 골격 문제없으면 “단순교환 무사고”… 법적 문제없어
“사고유무 판별 기준, 성능점검과 정비 및 보험 간 차이 있어”… 기준 20년째 제자리

중고차 업계에 대한 제도를 수정·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중고차에 대한 무사고 기준이 모호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중고자동차 시장 규모가 연간 400만대 수준까지 커졌다. 중고차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중고차 거래 플랫폼도 계속해 생겨나고 있다. △엔카 △케이카(K-Car) △KB차차차 △첫차 △보배드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이트 또는 어플리케이션에 매물로 등록된 상품을 보면 ‘무사고’를 강조하는 차량이 존재하는데, 실제로는 외부 패널(외판) 교환이나 사고로 인한 보험이력까지 존재하는 경우가 있어 모호한 ‘무사고 차량’ 기준에 대해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각 플랫폼마다 ‘엔카 진단’ ‘케이카 진단’ ‘KB차차차 진단’ 등을 거친 중고차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차량은 성능과 상태를 해당 플랫폼에서 보증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매물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진단 중고차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고차 매매업자가 각 플랫폼의 진단을 거친 중고차에 대해 ‘무사고’라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고가 발생했던 차량인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실제 엔카 진단 중고차로 등록돼 현재 판매 중인 A 수입차에 대한 설명에는 “엔카에서 직접 진단한 무사고 차량입니다”라고 강조돼 있지만, 성능점검표를 살펴보면 운전석 측 앞 펜더와 앞·뒤 도어 두 짝이 모두 교체된 차량이다. 뿐만 아니라 보험이력도 3건이나 존재하며, 이 중 2건은 ‘내차 피해’ 항목으로 총 수리비가 980만원 정도 발생했다. 부품비만 500만원을 초과한다.

케이카 플랫폼에 등록된 케이카 진단 중고차 중에서도 실제로는 여러 건의 사고로 인해 보험처리 이력이 존재하며, 수리비도 수백만원이 발생했던 차량이지만 ‘무사고’라고 강조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부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외판을 교환할 정도로 사고가 발생해 보험처리 이력이 존재하는 차량들에 대해 ‘무사고’라고 말하기 힘든 경우에는 ‘단순교환 차량’으로 표기하면서 “차량 성능에는 문제가 없는 차량”이라고 부연한다.

중고차 업계에서 이렇게 보험이력이나 외판 교환을 해야할 정도의 사고가 발생했던 차량들에 대해 “무사고 차량”이라고 광고하면서 판매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국내법상 ‘무사고 차량’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관계자를 통해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량의 사고유무를 판별할 때 기준은 ‘주요 골격(프레임) 부위의 부품 교환 및 판금·용접수리 유무’다. 차량의 주요 골격 부위 항목의 부품교환 및 판금·용접 수리가 행해진 경우에만 사고유무에서 ‘유(有)’ 부분에 표기를 하면 된다.

그 외 범퍼를 포함해 보닛(후드), 펜더, 도어 등 외판 교환 및 판금·용접의 경우에는 ‘단순수리’로 취급해 사고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별지 제82호 서식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따른 것이다.

엔카 측 관계자는 “도어·보닛·펜더·트렁크 등 외부 패널(기록부상 외판)의 경우 단품으로 교환이 가능하고, 교환 시 자동차 성능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사고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외는 있는데 루프와 사이드실패널, 쿼터패널은 외판인 동시에 골격인 부분으로 분류된다”며 “해당 부위의 찌그러짐, 스크래치 등으로 판금수리를 하는 경우는 무사고로 정의하며, 절단 및 용접수리로 인한 교환을 하게 되면 유사고 차량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이력을 보고 사고차라고 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보험처리와 중고차의 사고 진단은 차이가 있다”며 “보험처리의 경우에는 범퍼·휠·라이트 등의 교체도 보험이력으로 잡히지만 중고차 성능점검에선 해당 부품들이 진단 항목이 아니며, 교체·수리를 함으로써 운행(성능)에 문제가 있거나 가치의 하락이 있는 경우 사고차로 분류한다”고 덧붙였다.

케이카 측 관계자 역시 같은 설명을 내놨으며, 관련내용은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상 유의사항 내에 명시돼 있다.

사단법인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한차인) 측 관계자는 “성능점검에서 사고유무를 판별하는 기준과 자동차 정비 측면에서 보는 사고의 기준이 다르다”며 “성능점검에서는 차체 골격(프레임)에 데미지가 가해졌을 때만 사고로 판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일반인들이 많이 오해하는 것이 교통사고가 발생해 보험으로 외판을 수차례 교환했음에도 골격을 수리하지 않은 경우 성능기록부에서는 사고로 판단을 하지 않는 점”이라며 “이 기준은 약 20년 정도 바뀌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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