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 선포 및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지사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백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사진= 경기도청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 선포 및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지사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백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사진= 경기도청 제공)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백제 발언’을 두고 여권 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이 지사가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며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경선 후보직 사퇴와 사과까지 요구한 상황이다. 반면 경남 출신인 김두관 의원은 “이재명 후보 인터뷰는 그런 의도가 아닌 게 분명하다”고 두둔하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은 여권 내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 지사를 두둔하는 측과 비판하는 측이 나뉘어 ‘지역주의 조장 발언이다, 아니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일부 대선후보 측이 지역주의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치 공세라고 발끈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박성준 대변인은 26일 YTN 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비판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지역주의에 대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공격 자체가 단순하게 정치적 공세다. 이런 공세가 민주주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지사의 발언으로 여권 일각에서 비공식적으로 거론돼왔던 ‘호남 후보 필패론’이 공개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 2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 단독출마 했을 때 내가 진심으로 ‘꼭 잘 준비하셔서 대선에서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내가 이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자신이 이처럼 말한 이유에 대해 “그때는 지지율이 매우 잘 나올 때였다”며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충청하고 손을 잡은 절반의 성공이었지 않나.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지형이 바뀐 거다. 우리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면서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뭐냐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다”고 강조했다.

◇ 호남 후보 필패론과 관련 있나

이 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역주의 관련 발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사의 전체 발언의 맥락을 보면 그동안 여권 일각에서 거론돼왔던 ‘호남 후보 필패론’과 일맥상통한다. 이 지사는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백제’를 연결지어 언급하며 사실상 영남 출신인 자신의 ‘확장력’을 강조한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 오랫동안 비공식적으로 회자돼온 ‘호남 후보 필패론’은 ‘호남 대선주자는 반드시 필패한다’는 주장이다. ‘호남 후보 필패론’은 영남 유권자가 호남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에서 지역구도에 그 근간을 두고 있다.

‘87년 체제’ 이후 직선으로 선출된 7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영남 출신이다. 그동안 여권은 비공식적이고 암묵적으로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영남 후보를 내세워 대선 승리를 노려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 때문에 이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를 발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호남 후보 불가론’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친문인 김종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의도는 알겠다. 그러나 문제는 의도가 아니다”며 “‘호남출신은 대통령되기 어렵다. 오천년 역사가 증명한다’ 이 인식은 사실도 아니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 지사가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고, ‘노무현 탄핵’ 문제로 수세에 몰린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이 지사의 발언은 경선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민주당이 집권하려면 영남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 지사의 발언에는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 후보라서 안된다’ ‘내가 이 전 대표보다 확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불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이 지사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민주당 내에서 호남 지역 문제는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고,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지사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경선 과정에서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가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지역주의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발언도 나온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YTN에서 “백제 발언이 왜 느닷없이 나왔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 후보들로부터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서도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이낙연, 정세균 후보도 지역주의 프레임으로 맞섰다. 제3자가 볼 때는 서로 지역주의를 지금 악용한 것 아니냐라는 모두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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