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해 북한의 일방적 단절 이후 13개월 간 끊겼던 남북 통신연락선이 27일 복원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과거 북한은 남북대화의 ‘단절’을 원할 때 가장 먼저 통신연락선을 끊었다.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으며, 임기 말인 문 대통령으로서도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기도 하다.
◇ 남북 정상, 4월부터 친서 교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남과 북은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 정상의 친서 교환 시점에 대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친서를 상호 교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친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눈걸까. 이 관계자는 “양 정상은 남북관계가 오랜 기간 단절되어 있는 데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관계 복원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코로나와 폭우 상황 조기 극복과 위로의 내용 등이 있었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화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정상 간 통화 계획이나 남북정상회담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지난해 북측의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 입장에 대해 “앞으로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 답했다. 따라서 북측의 유감 표명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날 복원된 통신연락선은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해지구 군 통신선이다. 동해지구 군 통신선은 기술 문제로 아직 복원되지 못한 상황으로 현재 복원 중이다. 남북 정상 간 통신선 복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꾸준히 설득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회복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과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및 유럽순방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 재개를 북한에 촉구한 바 있다. 그리고 한미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어가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 공개된 미국 주간지 ‘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북미 간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등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는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일각에 지적에 문 대통령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한 내용이 실렸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이 한미정상회담 이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4월 27일을 전후로 친서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후 미국이 우려하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대북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줘 문 대통령의 대미 외교 성과라고 평가를 받았다.
이에 친서의 내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대화 재개를 설득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사를 통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소식을 전하면서 “지금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문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보건협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남북정상은 친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위로와 걱정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오스트리아 국빈방문 당시 개발도상국 백신 제공과 관련, 북한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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