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5.1 체육관 연설과 상응하는 조치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시 국회에서 연설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다. 사진은 2018년 문 대통령이 평양 5.1 체육관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해 북한의 일방적 단절 이후 13개월 간 끊겼던 남북 통신연락선이 27일 복원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과거 북한은 남북대화의 ‘단절’을 원할 때 가장 먼저 통신연락선을 끊었다.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으며, 임기 말인 문 대통령으로서도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기도 하다. 

◇ 남북 정상, 4월부터 친서 교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남과 북은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 정상의 친서 교환 시점에 대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친서를 상호 교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친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눈걸까. 이 관계자는 “양 정상은 남북관계가 오랜 기간 단절되어 있는 데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관계 복원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코로나와 폭우 상황 조기 극복과 위로의 내용 등이 있었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화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정상 간 통화 계획이나 남북정상회담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지난해 북측의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 입장에 대해 “앞으로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 답했다. 따라서 북측의 유감 표명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날 복원된 통신연락선은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해지구 군 통신선이다. 동해지구 군 통신선은 기술 문제로 아직 복원되지 못한 상황으로 현재 복원 중이다. 남북 정상 간 통신선 복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했지만, 북한 측은 완곡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꾸준히 설득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회복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과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및 유럽순방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 재개를 북한에 촉구한 바 있다. 그리고 한미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어가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 공개된 미국 주간지 ‘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북미 간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등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는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일각에 지적에 문 대통령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한 내용이 실렸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이 한미정상회담 이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4월 27일을 전후로 친서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후 미국이 우려하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대북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줘 문 대통령의 대미 외교 성과라고 평가를 받았다.

이에 친서의 내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대화 재개를 설득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사를 통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소식을 전하면서 “지금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문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보건협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남북정상은 친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위로와 걱정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오스트리아 국빈방문 당시 개발도상국 백신 제공과 관련, 북한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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