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전기차, 에어백 無… 충돌안전성 테스트, 미흡·열등 수두룩
‘에어백 장착’ 르노 트위지, 정면충돌 테스트서 운전자 상반신 ‘양호·보통’
에어백 장착 의무는 미국만…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 에어백 없어도 무관

/ 픽사베이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에는 차량 에어백 설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있어 에어백 없이도 차량 시판이 가능한 상황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다. 그러나 언제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탑승자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사고 시 부상위험도나 사망률을 낮추고 있다.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장착되는 장치로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기본으로 장착된다. 그러나 이러한 에어백 장착이 의무는 아니며, 장착하지 않아도 국내 안전기준 통과와 시판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들 중 에어백이 단 한 개도 설치되지 않은 차량이 존재한다. 대부분 크기가 작은 차량들로 △쎄미시스코 D2 △캠시스 쎄보C SE △KST일렉트릭 마이브 △마스타전기차 마이크로 △대창모터스 다니고 등이다. 해당 차량들은 모두 경차보다 작은 초소형 전기차다.

초소형 전기차는 국내 경차 기준 규격보다 차체 크기가 작아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탑승자 안전을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장치인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은 것이다.

국내 자동차 관리 당국인 국토교통부 및 TS한국교통안전공단 측이 시행한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 따르면 충돌안전성 테스트에서 대부분의 초소형 전기차에 탑승한 더미(인체 모형)의 손상률이 높게 나타났다. 충돌테스트는 정면과 측면 두 가지로 나눠 테스트를 진행하며, 정면충돌은 머리·목·가슴(상반신)·상부다리(하반신 허벅지) 4개 항목, 측면충돌은 머리·흉부·복부·골반 4개 항목으로 나뉜다. 각 항목은 우수·양호·보통·미흡·열등 5단계로 나뉘며 최고 4점에서 최저 0점이 부여된다.

초소형 자동차 안전도평가 데이터(2020년 1월 8일 자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탑승 더미의 파손율이 낮은 차량은 쎄미시스코의 D2로, 최고점이 16점인 가운데 △정면충돌안전성 5점(31.3%) △측면충돌안전성 8점(50%) 수준이다.

쎄미시스코 D2는 측면 충돌에서 골반 부분만이 ‘4점(우수)’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정면 및 측면 충돌에서 목·가슴·흉부·복부 등은 모두 2점(보통)을 받았다. 머리는 정면 충돌에서 1점(미흡), 측면 충돌에서 0점(열등)을 받았다.

마스타자동차 마이크로 충돌안전성테스트. /
마스타자동차 마이크로 충돌안전성테스트. / KNCAP 홈페이지 갈무리

박스카 형태의 마스타전기차 마이크로는 정면충돌안전성에서 머리·목·상부다리 3개 부분이 0점(열등)을 받았고, 상반신 가슴 부위는 미흡을 받았으나 점수로는 0점을 받아 총점 0점을 기록했다. 측면충돌안전성은 머리 1점, 흉부 0점, 복부 2점, 골반 4점 등 총점 7점(43.8%)이다.

쎄미시스코 D2와 마스타전기차 마이크로가 유일하게 4점(우수)을 받은 부분은 모두 골반이다. 이는 해당 차량들이 일반 자동차처럼 좌우로 1명씩 탑승하는 구조를 가진 덕으로 분석된다.

트위지와 형태가 비슷하게 생긴 대창모터스 다니고는 정면충돌안전성 머리 1점, 목 0점, 가슴 4점, 상부다리 0점 등 총점 5점(31.3%)며, 측면충돌안전성 머리 0점, 흉부 0점, 복부 1점, 골반 1점 등 2점(12.5%)에 불과했다.

캠시스 쎄보C SE와 KST일렉트릭 마이브 등 일부 차종은 현재 충돌테스트 데이터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창모터스 다니고와 비슷한 형태의 초소형 전기차 르노삼성자동차의 트위지는 정면충돌안전성에서 머리가 3점(양호), 목과 가슴이 각 2점(보통), 상부다리가 0점(열등)으로 총점 7점(43.8%)을 기록했다. 이어 측면충돌안전성에서는 머리와 흉부가 0점, 복부와 골반이 2점으로 총 4점(25.0%)을 기록했다. 트위지의 정면충돌안전성에서 머리와 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로는 에어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면충돌테스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차량 내에 탑승한 더미의 상체는 앞쪽으로 크게 기울어지면서 큰 충격이 가해지는데, 에어백이 충격을 완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의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중 에어백을 설치해 사용할 경우 에어백이 없는 상황보다 사망률이 13%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함께 사용하면 사망률을 50%까지 낮출 수 있다. 이렇게 에어백은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작용해 미국에서는 차량 제조 시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을 법규로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 1987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내에서만 에어백 설치로 3만2,000여명 이상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자동차 제작 시 에어백 장착이 의무가 아니라는 게 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제작 시 에어백 장착은 의무가 아니다”며 “에어백을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국가는 미국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은 차량이라도 충돌테스트에서 합격을 받으면 차량 시판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에 에어백이 설치돼 있다는 것은 다른 모든 초소형 전기차도 에어백을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한국은 현재 차량 에어백 장착을 법규로 강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며, 초소형 전기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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