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9 10:14
일자리 ‘대체하는’ AI, 노동자와 공존 가능할까
일자리 ‘대체하는’ AI, 노동자와 공존 가능할까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1.07.29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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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기존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인간 노동자가 일하던 자리를 AI가 차지한다는 것이 맞는 말일 듯 하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1811년, 영국의 한 방직공장에서 노동자들은 망치와 톱 등을 들고 방직기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등장한 고효율의 기계가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노 때문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러다이트 운동’이다. 물론 그 이후 노동자들은 ‘기계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등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 적응해 나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2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현재, 또다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일자리를 인간이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인공지능(AI)와 기계에 의해서 말이다. 

◇ 일자리 대체하는 AI… 전문직도 안심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AI가 급속히 발전하는 미래엔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의 대다수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프레이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와 AI전문가 오스본 옥스퍼드 교수는 향후 10~20년 후엔 AI로 인해 노동시장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는 현재 존재하는 인간의 일자리 30%에 달하는 최대 8억개 일자리가 미래에 AI에 의한 자동화로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AI로 인해 기존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 일자리의 43%가 AI에 의한 자동화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AI로 인한 자동화가 진행될 경우, 가장 위험한 직군은  통신서비스 판매원, 텔레마케터, 인터넷 판매원 등과 같이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주요 업무를 하는 직업군으로 나타났다./ 사진=Gettyimagesbank

그렇다면 AI가 발달한 미래 일터에서 사라질 수 있는 위험 직업군은 어디일까.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은 통신서비스 판매원, 텔레마케터, 인터넷 판매원 등과 같이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주요 업무를 하는 직업군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연봉 직종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관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의 전문직도 AI에 의한 자동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한 숙련된 기술력이 필요해 AI가 대체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제조·산업분야에서도 일자리가 크게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계 조작 종사자의 59%에 해당하는 산업용 기계 조작 및 제어, 조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단순 기술 종사자들의 경우 AI로 제어되는 산업장인 ‘스마트팩토리’가 본격 도입된다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고위험군 직종으로 분류됐다.

LG경제연구원은 “AI에 의한 자동화의 물결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며 “개인과 기업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쟁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제 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에서 찰리의 아버지는 치약공장에서 뚜껑을 닫는 일을 해 왔다. 하지만 효율이 훨씬 높은 로봇이 들어서면서 실직하고 만다./ 사진=영화 스틸컷

◇ 전문가들, “AI도입은 거스룰 수 없는 시대적 흐름… 노동자와의 상생 고려해야”

하지만 AI가 경제·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실제로 구글 클라우드가 28일 발표한 ‘제조업의 인공지능 도입 가속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7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AI를 일상업무에 사용한다고 응답한 제조업체 비율은 평균 64%에 달했다.  

때문에 기존 노동시장을 지키기 위해서 AI기술의 발전 및 도입을 막는다면, 국가 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AI 산업계 전반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다시 한 번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 앞에 놓인 노동자들의 생존과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국금속노동조합 연구원(이하 금속노조 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디지털 시대 노동의 대응 : 4차 산업혁명 바로보기’ 보고서에 따르면 AI로 인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로의 일자리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과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만큼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교대제로 바꾸면 그만큼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금속노조연구원은 완전 무인화가 아닌 인간과 로봇·AI와의 협업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AI는 인간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 등에 투입하고, 나머지 기술적인 부분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투입한다면 일자리를 유지하면서도 생산력 향상과 노동자 고령화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과 AI가 공존하기 위해선 디지털 인재의 육성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 AI와의 협업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Gettyimagesbank

아울러 전문가들은 노동자들과 AI기술의 공존을 위해선 디지털 인재의 육성과 함께 새롭게 도래하는 디지털 사회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28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와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개최한 ‘제12회 산업발전포럼’에 참가한 백승렬 어고노믹스 대표는 “디지털 기술로 인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아날로그 환경에서 맞춰 만들어진 법제도를 디지털 환경으로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업에서는 빠른 기술과 경쟁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문화의 조성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차별화된 인재육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정만기 회장은 “AI와 로봇 의존이 증가하면서 기존 산업의 경우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자율주행차 확대 등으로 인해 화물차, 택시 운전자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등 AI와 로봇은 기존 일자리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는 신산업 분야가 왕성하게 형성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도 많아질 것”이라며 “AI와 로봇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우리의 능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기존 일자리 고수를 위해 기존 산업 내 혁신이나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한편, 기존 이해관계에 얽혀서 신산업을 규제 확대로 막아간다면 기존 산업의 일자리를 지키기는커녕, 신산업 분야에서 마저 뒤처지면서 우리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며 “산업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 유연한 방향으로 노사관계를 혁신하고, 민간의 창의성이 적극 발휘되는 정책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리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