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원팀' 협약식에서 핵심공약 원팀 퍼즐 맞추기 퍼포먼스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후보 만들기’ 때문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본경선에 돌입했다. 국민의힘도 경선 ‘일정’과 ‘룰’을 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대선이 정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그다지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당내 주자들 간 피 튀기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탄핵’을 두고 감정싸움을 벌이더니, ‘백제 발언’을 두고도 날을 세웠다.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다.

이러한 조짐이 비단 ‘한순간’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 지사의 ‘여배우 스캔들’은 당내 다른 경쟁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정세균 전 총리가 앞서 토론회에서 이 지사에게 이 스캔들을 묻자 이 지사는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 전 총리가 당황하며 상황이 종료됐지만, 부끄러움은 토론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몫이었을 거다.

‘과열’을 잡기 위해 당 지도부가 내세운 건 ‘원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별 소용은 없는 듯하다. ‘원팀 협약식’을 마친 뒤 불과 하루 만에 이들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재난 지원금’ ‘법사위원장 양보’ 등으로 시작된 설전이 결국 ‘전직 대통령 사면론’ 이야기로 끝나면서 후보들의 기분만 상한 모양새다.

여러 번의 선거 경험이 있는 야권 관계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하니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당내에서 일차적인 ‘검증’이 있어야 실질적인 대결에서 ‘허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내 경선을 일종의 ‘훈련’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발언이다. ‘그러고 나면 서로 괜찮냐’는 궁금증엔 “괜찮은 사람도 있는데, 선거 끝나면 얼굴도 안 보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내상’과 ‘출혈’은 어쩔 수 없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본경선이 시작된 민주당이 먼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 국민의힘도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전날(29일) 상견례를 가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은 민주당을 반면교사 삼아 ‘마타도어’와 ‘진흙탕 싸움’은 최대한 자제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원팀’으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경전 조짐은 어쩔 수 없는 모습이다. 특히 ‘100% 국민 여론조사’로 치러질 예비 경선룰은 가장 논란거리가 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른바 ‘친윤-반윤 계파논란’ ‘부정선거 의혹’ 등을 두고도 서로 힘겨루기를 시작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5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때, 후보들의 ‘간절함’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싸움′의 피해가 고스라이 유권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게 문제다. 좋은 정책을 발견할 기회도 없고, 대한민국의 비전을 생각할 여유도 없게 만드는 것이다. 오로지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만 조성할 뿐이다. 출마 선언문의 단골 멘트인 ‘국민을 위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부터 되짚어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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