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차기작 출시, 업데이트 등으로 부진 극복에 집중해온 블리자드가 성차별과 이에 대한 안일한 대응 등 여러 논란을 극복하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차기작 출시, 콘텐츠 업데이트 등으로 부진 극복에 집중해온 블리자드가 성차별과 이에 대한 안일한 대응 등 여러 논란을 극복하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차기작 출시, 콘텐츠 업데이트 등으로 부진 극복에 집중해온 블리자드가 성차별과 이에 대한 안일한 대응 등 여러 논란을 극복하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고착화된 성차별, 화 키웠다… 이용자 이탈 가속될 듯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리자드가 성폭력 방치를 비롯한 성차별 정책으로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즈, 게임레이더 등 외신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국(이하 DFEH)는 블리자드를 성폭력 및 성차별을 방치한 혐의로 지난 21일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블리자드의 PC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개발팀 내 한 여직원이 출장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같은 팀 남직원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진다. 

DFEH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블리자드를 고소하며 발표한 성명서를 공개하고 “같은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여직원과 남직원의 연봉, 지원 등에 차이를 두고 있으며 팀 내 여직원 성폭행 관례가 존재하는 등 블리자드는 ‘성차별의 온상지’”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성차별과 성희롱, 미흡한 대응 등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블리자드의 대처였다. DFEH의 소송과 성명서에 블리자드도 곧장 성명서를 발표, “DFEH의 주장은 왜곡된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3월 블리자드에 합류한 프란시스 타운센드 기업 업무 담당 부사장 및 최고준법책임자는 직원들에게 사내 이메일을 통해 “부정확하고 맥락에 맞지 않는 이야기로 우리 회사에 대한 왜곡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블리자드 내부 직원들은 경영진들의 반성없는 태도에 강하게 반발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더버지, 와이어드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8일에는 2,500여명의 직원들이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사측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강행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집회에 참가하지 못한 직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원들의 집회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신작 개발도 현재 중단된 상태다. 제프 해밀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스템 디자이너를 비롯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소속 개발진들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블리자드의 대응을 꼬집으며 가해자 해고, 관행 해소 등을 거듭 촉구했다. 

직원들을 비롯해 블리자드를 향한 여론이 악화되자 블리자드는 지난 27일 사과문을 다시 발표했다. 바비 코틱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초기 대응이 부적절했음을 사과하고 “사내 어디에서도 차별, 괴롭힘, 불평등이 존재할 곳은 없고 존재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부에서 나오는 피해 사례들을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고 △가해자 해고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개발된 부적절 콘텐츠 개선 △채용 관행 개선 등을 약속했다. 그는 “회사는 직원들의 안녕이 우선이며 안전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블리자드의 성차별 논란과 부적절한 대응은 현재의 부진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리자드가 지난해에도 핵심 개발진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면서 신작 출시를 비롯해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 등을 지속적으로 미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효과로 분기 실적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용자들의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블리자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70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만명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3,000만명, 4분기에는 2,900만명이었다.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 효과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블리자드의 안일한 대응으로 악화된 여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 그동안 블리자드의 운영 방침에 적잖이 반발해온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디아블로2:레저렉션’ 등 차기작의 호조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코로나19로 개발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완전한 개발 재개 시점도 불투명하다. 여기에 DFEH와의 소송전, 내부 피해사례 해결 및 재정비 등에 적잖은 시간, 비용 등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블리자드가 연내 반등 발판 마련에 성공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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