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기본급 인상만이 대안”… 사측 “휴가 후 12차 임단협 재개”

국내 자동차업계가 임단협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장 시급한 르노삼성이 가장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국내 자동차업계가 임단협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2021년 하반기까지 이어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아직까지도 종결짓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임단협 타결이 지지부진한 원인은 회사가 노동조합 측에 ‘기본급 동결’을 제안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7월 28일, 임단협 11차 본교섭을 오후 늦게까지 벌이는 등 사흘간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임단협 협상은 올해 여름휴가 기간 이후로 밀리게 됐다. 12차 본교섭은 이르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여름휴가 기간 이후인 8월 둘째주쯤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측, 기본급 동결 대신 일시금 800만원 지급 제안… 노조 “절대 수긍불가”

노사가 임단협 협의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사측이 ‘기본급 동결’안을 고집하고 있고, 노조는 기본급 동결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사측이 기본급 동결안을 고집하는 이유로는 지난해 실적이 약 800억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적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8년 만의 적자다.

회사는 실적부진에 따른 대책으로 올해 초부터 임원 40% 감축 및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등 지출 최소화 조치인 ‘서바이벌플랜’을 가동했다. 이와 함께 노조 측에는 적자와 수출 물량 감소 및 판매부진을 이유로 임금 동결을 제안하고 나섰다. 또한 전국의 서비스센터도 감축하고 나선 모습이다. 어떻게든 고정비를 줄여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회사가 11차 본교섭에서 노조에 제안한 타협안에는 기본급 동결을 전제로 △일시금 500만원 지급 △기본급 동결 보상 격려금 200만원 △생산 안전성 확보 특별 격려금 100만원 등 근로자들에게 1인당 총 8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또 조립 생산직 수당을 신설(월 3만원)하고, 라인수당 등급도 재조정하기로 했다.

앞서 회사 측은 근로자 1인당 일시금 500만원만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합의가 지지부진하자 격려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더 지급하는 것으로 갈등을 해소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 측의 800만원 일시금 제안도 걷어찼다. 임단협 협상안에 ‘기본급 동결’이 포함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이 강경 태세를 지속하는 이유는 앞서 2018년과 2019년에도 2년간 임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임단협 협의가 해를 넘겨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사측이 제안한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이면 4년째 임금이 동결되는 사태를 맞게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임금 삭감안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는 임단협 안은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며, 2020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8년간 르노삼성은 총 1조8,229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 표=제갈민 기자, 자료=르노삼성자동차 감사보고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2019년 실적 토대로 2020년 끝냈어야 할 임단협… 2020년 적자는 별개

뿐만 아니라 르노삼성 노조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노사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임단협 협의는 2019년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끝을 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올해까지 끌고 온 지난해 임단협을 2020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하다는 근거로 지난해와 올해 임단협을 통째로 묶어 노조에 임금동결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르노삼성의 지난 2019년 실적은 △매출 4조6,777억원 △영업이익 2,112억원 △당기순이익 1,618억원 등 흑자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르노삼성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흑자를 기록해오면서 총 3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1조9,0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간 순이익도 1조4,642억원 수준에 달한다.

이어 2020년에는 △매출 3조4,008억원 △영업손실 797억원 △당기순손실 726억원 등을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8년 동안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 이상, 순이익만 보더라도 1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르노삼성 사측은 지난해 수출물량 급감으로 인해 전반적인 실적이 2019년 대비 저조하고, 결국 적자를 기록한 것 등을 이유로 노조 측에 임금동결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르노삼성의 판매·생산 실적은 11만6,166대로, 2019년 17만7,450대 대비 34.5% 감소했다. 다만, 실적 감소 원인은 수출 물량인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 종료로 인한 것이다. 지난해 내수 실적은 9만5,939대로, 2019년 8만6,859대 대비 10.5% 증가했다.

이와 관련 르노삼성 부산공장 노조 관계자는 “먼저 이번 임단협은 2019년 흑자를 달성한 실적을 토대로 임금인상 여부 및 성과급 등을 합의해 2020년 마무리를 지었어야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타결이 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회사는 지난해 마무리 짓지 못한 임단협을 놓고, 2019년 흑자 성적이 아닌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성적표를 들이밀며 ‘2020년 실적이 부진하니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르노그룹 본사 고위 임원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르노삼성
르노그룹 본사 고위 임원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 부산공장 인건비, 르노그룹 내 가장 높다?… 사측 근거자료 공개 못해

르노삼성 사측이 노조 측의 기본급 인상 요구를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높다는 것이다. 사측은 앞서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이미 프랑스나 스페인보다 높고 판매마저 부진해 기본급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대비 스페인 공장의 시간당 인건비는 약 60% 수준이고, 터키공장은 약 30%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내용과 관련해 노조 측은 사측에 근거자료 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사측으로부터 시간당 인건비 관련 자료를 단 한 차례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다른 나라 르노 공장 대비 높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근거자료가 없는 상황으로 단순히 사측의 주장일 뿐이다”며 “다른 나라 르노 공장의 인건비와 부산공장 인건비를 비교하기 위해 자료 공개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사측은 이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다른 나라 공장의 인건비 자료를 사측이 공개한다면 해당 자료를 토대로 인건비를 비교·분석해 내부적으로 재차 협의를 거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사 측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부산공장과 다른 나라 르노 공장의 시간당 인건비를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고, 때문에 추가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본지도 르노삼성 사측에 부산공장 시간당 인건비 및 다른 나라의 르노그룹 공장 인건비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전달받지 못했다.

◇ 정규직 기본급, 최저시급에도 미달?… 조정수당으로 차액 지급

뿐만 아니라 노조 관계자는 현재 르노삼성 부산공장 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일부 인원은 기본급이 최저시급에 미달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2018년부터 계속해서 임금을 동결하는 상황이 발생되자 결국 현재 부산공장 일부 정규직 근로자들은 기본급이 최저시급에 미달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최저시급에 미달되는 만큼의 차액은 회사가 ‘조정수당’이라는 항목으로 10~30만원 정도 추가 지급을 해 겨우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수년째 임금동결로 르노삼성에서 수년째 근무하고 있는 일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올해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근로자와 동일한 최저시급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또 기본급을 동결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1회성으로 지급되는 일시금이 아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합당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르노삼성 사측 관계자는 소극적인 입장을 전했다.

사측 관계자는 “노사간 임단협 협의는 현재 11차 본교섭이 정회된 상태로, 종결이 된 부분이 없고 12차 본교섭도 남아있는 상황에 회사가 추가 입장을 밝히면 노조에서 오해를 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다수의 매체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해 대부분의 내용은 공개가 된 상황”이라며 “추가적으로 요청한 노사 간 협의 내용의 사실여부 파악 등에 대해서는 노사 간 교섭 내용이 전부 오픈되는 것이 아니라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도 있는 점 양해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조 측의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분 보전 요구’에 대해 노조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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