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드루킹 몸통 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 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띄우기에 나섰다. 여론조작 ‘재발’이 가능한 이상 이를 뿌리 뽑지 않으면 야권의 패배는 자명하다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국민의힘 중심으로 재편되자 안 대표가 독자 행보로 존재감 높이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2일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배후 수사와 대통령 진실 고백을 촉구하는 당 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안 대표는 이날 “김경수의 여론조작 사건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씀을 야권 전체에 드리고 싶어서 왔다”며 “이것을 막지 않으면 아무리 야권 단일화를 하더라도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디지털, 최신 범죄 여론 조작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조직은 현재도 존재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최악의 여론조작 사건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단일화’를 서두르는 것보다 드루킹 사태를 철저히 진상규명하는 게 우선이란 의미다. 

안 대표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김경수 전 지사의 유죄가 확정되자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범야권 대선주자들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여기다 국민의힘과 합당이 신경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그의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하지 않은채 독자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평가했다. 5% 가량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막판 단일화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 독자 행보 나서며 ‘막판 단일화’?

안 대표가 연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정치권에선 사실상 그가 ‘독자 행보’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물론 그의 독자 행보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경쟁자들이 국민의힘에 대거 합류한 상황에서 합당 하더라도 당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미미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 대표는 지금 들어와 봐야 카메오 밖에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될 때까지는 독자적 행보를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계기로 일종의 ′이목 끌기′에 나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명분을 쌓을 수 있는 데다, 국민의힘과 합당 국면의 책임론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 대표도 이를 고리로 국민의힘을 겨냥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제1야당 대표께서도 직접 이 자리에 오셔서 함께 1인 시위에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며 “그것을 막지 못하면 야권의 염원인 정권교체는 불가능해진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대선주자들이 제1야당에 모이고 있고 축제 분위기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과학적으로 지표를 살펴보면 그와는 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게 심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야권이 위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안 대표의 ′버티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본궤도 오를 때까지 독자 행보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가 현재 5%가량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대선 국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이번 대선은 사실상 양강 구도가 됐다. 결국 5%안쪽 싸움이 될 텐데, 안 대표가 선거 국면에선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국민의힘에 들어가지 않고 선거 국면에서 막판 단일화를 하면서 지분 챙기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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