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은 매우 정교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생체 기계라 볼 수 있다. 때문에 인간의 손을 모방한 '로봇 손'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총 27개의 뼈로 이뤄진 인간의 손은 노동, 교육, 창조 등의 활동에서 두뇌, 눈, 코, 입, 귀와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인류가 동물과 달리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자유로운 두 손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완벽한 제어가 가능한 ‘생체 기계’인 손을 진짜 기계인 ‘로봇’을 활용해 모방하고자  전 세계의 로봇 공학자들은 지금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부터 의료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에서다.

◇ 로봇 의수부터 산업분야까지… 로봇 핸드의 무궁무진한 활용 분야

로봇 핸드에 대한 응용 기대감이 특히 큰 부분은 의료 복지 분야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팔과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이 로봇 핸드를 마치 손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애인들을 위한 로봇 핸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미국의 의료로봇제조업체 마이오프로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웨어러블형 보조용 로봇 핸드를 개발했다. 해당 기기는 뇌줄중, 신경손상 등으로 손과 팔의 기능이 마비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제작됐는데, 부착된 신경센서로 동작을 인식해 실제 손과 비슷한 동작을 행할 수 있게 해준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uter)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탈리아 공과대학(IIT) 연구진들도 손이 절단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의수인 ‘한네스(Hannes)’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의수를 사용한 환자들은 손의 기능을 90% 이상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핸드는 불의의 사고나 선천적인 요인으로 손과 팔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가진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Pixabay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로봇 의수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로봇 의수는 물체의 형상에 맞춰 손가락의 형태가 변화하는 기능이 탑재돼 정교한 사람의 손을 흉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계연구원 연구팀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과 임상시험 협력을 통해 손목 기능을 추가 개발하고 오는 20205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로봇 의수 등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인간형 로봇 핸드가 미래 산업분야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간의 일을 도와주는 ‘협업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로봇 핸드가 고난이도 작업의 산업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서 발표한 월드로보틱스(World Robotics) 리포트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세계 협업로봇 시장은 3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협업로봇 말단에 부착돼 협동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로봇 핸드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 공과대학(IIT) 연구진들이 개발한 로봇 의수 '한네스(Hannes)'의 모습./ 사진 출처=ddpstudio

◇ 로봇 핸드 기술 아직 사람 손의 정교함까진 멀어… “연구 및 개발 더 필요”

현재 세계 로봇 핸드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놀랍게도 ‘우리나라’다. 지난 2010년 한국기계연구원의 배지훈 박사는 세계 최초로 인간형 로봇 핸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는 국내 로봇 기업인 원익로보틱스에 기술을 이전해 4개의 손가락과 16개 관절을 사용할 수 있는 로봇 핸드 알레그로핸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알레그로핸드는 현재 구글, 페이스북, 도요토연구소(TRI) 등 국제 IT기업들에서 연구용 로봇으로 사용 중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로봇 의수 등과 달리 산업분야의 로봇 핸드가 완전히 정착하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었던 로봇 의수 등과는 달리 산업용 로봇 핸드는 감각적인 힘 조절부터 물체를 쥐는 손 모양까지 로봇 혼자서 모두 통제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수많은 로봇 공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지만, 완벽한 손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사진은 지난 원익로보틱스에서 개발한 로봇 핸드 '알레그로핸드'의 작동 모습./ 원익로보틱스 홈페이지 영상 캡처

2015년 한국로봇학회 논문지(Journal of Korea Robotics Society)에 개제된 ‘여유자유도를 가지는 인간형 로봇 손의 자세 및 힘 제어’ 논문에서도 “로봇 손에 관한 연구는 로봇 이족 보행과 더불어 오랜 기간 연구돼 왔으나, 물체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 무한히 많은 방법으로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사람 손과 달리 제한된 잡기만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로봇 핸드가 사람 손을 완벽히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에 대해서 서울대학교 동적로봇시스템 연구실 박재흥 교수는 4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서 발간한 ‘주간기술동향 2021’ 리포트를 통해 “사람의 손은 부피에 비해 많은 자유도와 큰 힘을 낼 수 있는 반면, 로봇 핸드를 제작하는 것은 손바닥만한 작은 공간에 수십 관절의 움직임과 큰 힘을 발현해야 하는 아주 힘든 설계 제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재흥 교수는 “현재 연구진들은 이런 제한조건 안에서 최적의 관절 배치와 구동기 선정을 통해 사람 수준의 로봇 손을 개발하고자 한다“며 ”본 기술 개발을 통해 정교한 로봇 핸드 기술을 바탕으로 협동로봇과 함께 이용하는 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기존 로봇 핸드의 낮은 성능으로 할 수 없었던 원격 진료나 서비스업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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