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3 15:30
[기자수첩] 디젤엔진은 반(反) 친화적?…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기자수첩] 디젤엔진은 반(反) 친화적?…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1.08.04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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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제갈민 기자  2021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화두로 떠올랐다. 폭스바겐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차량 출시가를 재조정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입차를 판매하고 나선 점이며, 다른 이유는 디젤 중심 라인업 때문이다.

우선 폭스바겐이 한국시장에 차량을 이전보다 저렴하게 판매를 하고 나선 점은 그만큼 이윤을 줄이고 소비자 중심 경영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해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한국에 출시하는 다수의 모델이 디젤엔진 중심으로 구축된 것을 두고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하지 못하는 디젤 모델 재고를 한국시장에 떨이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매체에서는 디젤엔진에 대해 “친환경에 반하는 엔진”이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먼저 폭스바겐이 한국시장에 디젤 모델만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을 재고떨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동일 모델을 유럽시장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독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현재 자국을 포함해 유럽시장에 판매되는 골프나 티구안 등 차량의 트림을 검색해보면 디젤모델이 버젓이 존재한다.

또한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신차를 연료별로 집계한 결과 △가솔린(=petrol) 47.5% △디젤 28.0% △하이브리드(HEV) 11.9%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및 배터리 전기차(PHEV·BEV) 10.5% △수소 등 대체에너지 2.1% 등으로 집계됐다.

이어 올해 2분기 집계에서는 △가솔린 41.8% △디젤 20.4% 등으로 집계돼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신차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시장에서 디젤엔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디젤차가 퇴출되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디젤엔진이 친환경에 반하는 엔진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미약하다.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 LPG엔진 등 내연기관 엔진의 배출가스 성분을 분석해보면 디젤엔진에서 오히려 적게 배출되는 유해물질도 존재한다.

특히 온실가스로 익히 알려진 이산화탄소(CO₂)의 경우에는 디젤엔진보다 가솔린엔진이나 LPG엔진을 사용하는 차량들이 더 많이 배출하는 유해물질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ℓ급 가솔린엔진을 사용하는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 GLA·BMW X1·볼보 XC40 3종과 최근 출시된 더 뉴 티구안 2.0 TDI 모델을 비교해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4개 차종을 CO₂ 배출량이 적은 순으로 나열하면 △폭스바겐 티구안 121g/㎞ △벤츠 GLA 150g/㎞ △볼보 XC40 164g/㎞ △BMW X1 175g/㎞ 순이다. 2.0ℓ급 LPG엔진을 사용하는 SUV 르노삼성 QM6는 CO₂ 배출량이 147g/㎞다.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티구안이 CO₂를 동급 가운데 가장 적게 배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신형 티구안에 탑재된 폭스바겐 EA288 EVO 디젤엔진은 현재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 ISC-FCM AP의 질소산화물(NOx) 배출 상한 80mg/㎞을 충족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뿐만 아니라 직전 세대의 EA288 디젤엔진 대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양을 평균 80% 정도 저감해 향후 2025년에 발효될 유로7 배출가스 기준도 충족했다는 게 폭스바겐 측의 설명이다.

즉 ‘디젤엔진=환경오염 주범’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젤엔진에 대해서만 편향적인 규제는 자칫 가솔린엔진이나 LPG엔진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CO₂ 배출량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2016년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엔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고, 이후 디젤차 수요는 줄고 반대로 가솔린차 판매는 늘어나는 현상이 2019년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서도 CO₂ 배출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디젤엔진을 무조건 ‘반 친화적’이라고 낙인찍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면서 배척하기보다는 유해배출물질을 줄여 조금 더 친환경적인 엔진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관심과 감시로 제2의 디젤게이트를 방지하는 것이 건전한 비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