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3 14:20
아이돌 스타로 유명세 얻은 테디아일랜드, 임금체불·대금미지급 줄소송
아이돌 스타로 유명세 얻은 테디아일랜드, 임금체불·대금미지급 줄소송
  • 정소현 기자
  • 승인 2021.08.04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며 유명세를 얻은 캐릭터 기업 ‘테디아일랜드(대표 이은경)’가 잇단 소송으로 구설에 올랐다. 사진은 테디아일랜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내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며 유명세를 얻은 캐릭터 기업 ‘테디아일랜드’가 잇단 소송으로 구설에 올랐다. 사진은 테디아일랜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국내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며 유명세를 얻은 캐릭터 기업 ‘테디아일랜드’가 잇단 소송으로 구설에 올랐다. 협력업체에 광고비용을 대납케 한 뒤 이를 지급하지 않거나, 상품판매 대금을 미지급하는 등의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는가 하면, 테디아일랜드대표는 임금체불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 외에도 연예인들과의 콜라보 작업 과정에서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 협력업체에 광고비 대납 요구… 대금 미지급에 소송 패소

2015년 설립된 테디아일랜드는 대중에게 ‘테디베어’로 잘 알려진 곰 캐릭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기업이다. 중국과 일본 등에도 진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아이돌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다양한 콜라보 상품들을 출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최근엔 국내 굴지의 기획사 소속 유명 아이돌 스타와 함께 의류 콜라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젊은층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테디아일랜드의 이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다. 테디아일랜드는 가방브랜드 ㈜마인스가 제기한 ‘물품대금’ 소송에서 지난 4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7월, 가방을 제조·판매하는 ㈜마인스 A대표는 테디아일랜드 B대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내용인 즉 <테디아일랜드 캐릭터와 브랜드를 이용해 콜라보 제품으로 마인스 가방을 생산·출시 해보자>는 것. 여기에 더해 <아이돌 스타를 해당 제품 광고물에 출연시켜 홍보 마케팅을 하고, 테디아일랜드의 유통채널을 통해 마인스 가방을 판매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A대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콜라보 제안을 수락했다. 다만, 테디아일랜드 B대표는 전제조건을 붙였다고 한다. 현재 회사 자금이 조금 부족한 상황이니 모델비·프로덕션비·마케팅비 등으로 사용할 광고비용 1억원 정도만 먼저 대납해 달라는 것이었다. 협력업체에게 광고비용을 대납해달라는 요구가 석연치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할 경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 A대표는 △마케팅 비용 중 일부(총 1억3,200만원)를 ㈜마인스가 부담하고 △총 생산원가(1억8,100만원)와 마케팅 비용으로 지급한 비용(1억3,200만원)을 제품전달일 기준, 4번에 나눠 지급받는 조건으로 테디아일랜드와 콜라보 계약을 맺었다.

테디아일랜드는 가방브랜드 ㈜마인스가 제기한 ‘물품대금’ 소송에서 지난 4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판결문 사본.
테디아일랜드는 가방브랜드 ㈜마인스가 제기한 ‘물품대금’ 소송에서 지난 4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판결문 사본.

하지만 계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납품된 가방의 절반가량이 판매됐지만, 약정된 기일에 결제금액은 입금되지 않았다. 수차례 제품가격과 광고비용을 청구했으나, 테디아일랜드 측에선 2019년 12월 31일, 단 한 차례 1,000만원을 지급한 것이 전부였다. 기업신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테디아일랜드의 2019년 매출은 13억2,800만원, 영업이익은 7,900만원, 순이익은 8,900만원이었다.

결국 A대표는 대금회수를 위해 2020년 초 테디아일랜드 B대표를 상대로 물품대금 소송을 제기했고, 1년여 긴 싸움 끝에 지난 4월말 ‘승소’ 판결을 받았다. <시사위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마인스가 지급받지 못한 금액은 총 2억1,675만7,500원이다. 대납한 광고비용(1억3,200만원)과 반품을 제외한 제품비용(9,475만7,500원) 합계에서 테디아일랜드가 ㈜마인스 측에 선지급한 1,000만원을 공제한 총액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피고(테디아일랜드)는 원고(㈜마인스)에게 2억1,675만7,5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년 1월 24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 자녀 명의로 새 법인 설립하고 주소지 이전 ‘왜’

소송에서 이겼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테디아일랜드가 다른 곳으로 법인 주소지를 이전하면서 대금환수를 위한 절차는 더욱 번거로워졌다.

<시사위크> 취재 결과, 법인등기부등본상 테디아일랜드의 법인 주소지는 2020년 9월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었으나, ㈜마인스가 제기한 물품대금 소송 판결 직후인 2021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변경됐다.

공교롭게도 테디아일랜드의 원래 법인 주소지(성수동)에는 ‘테디아일랜드패션’이라는 상호명의 회사가 등록(2020년 9월 설립)돼 있는데, 이 회사 대표자인 C씨는 테디아일랜드 B대표의 딸이다.

테디아일랜드 홈페이지에도 회사명은 ‘테디아일랜드패션’으로 기재돼 있고, 대표이사는 C씨, 예금주도 테디아일랜드패션으로 적시돼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기존 법인명인 ‘테디아일랜드’를 브랜드(일종의 상표)로 사용하고, 실제 제품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수익)은 테디아일랜드패션 법인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테디아일랜드의 이전 법인주소지와 테디아일랜드 현재 법인주소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실제 기자가 테디아일랜드의 예전 주소지인 성수동을 방문한 결과, 여전히 테디아일랜드 간판이 붙어 있었고 이은경 대표 역시 이곳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각사의 법인등기부등본
테디아일랜드는 지난 5월 서초동으로 법인 주소지를 이전했다. 옛 주소지(성수동)에는 테디아일랜드 B대표의 자녀 명의의 회사(테디아일랜드패션)가 설립 신고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기자가 테디아일랜드의 예전 주소지인 성수동을 방문한 결과, 여전히 테디아일랜드 간판이 붙어 있었고 B대표 역시 이곳(성수동)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각사의 법인등기부등본

㈜마인스 A대표는 현재 ‘강제집행면탈죄’로 B대표와 그의 자녀 C씨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강제집행면탈죄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하는 범죄를 말한다. 해당 사건은 분당경찰서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이런 피해사례가 A대표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 테디아일랜드 측에 광고·마케팅을 지원했던 협력업체 크리솔루션 역시 약 1억원 가량의 금액을 대납하면서 일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도 전혀 대금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회사가 존폐 위기에 놓여있는 처지다. 악화된 자금사정으로 회사는 파산 직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사한 문제로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업체가 적지 않다. 대부분 유명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운 테디아일랜드 측의 포트폴리오(레퍼런스)를 신뢰하고 회사를 믿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임금체불 문제까지… 테디아일랜드 대표, 취재 ‘거부’

이에 본지는 4일, 일련의 논란에 대한 테디아일랜드 측의 입장을 듣고자 법인등기부등본상 법인 소재지(서초동)를 직접 방문했으나, 이곳에서 테디아일랜드 관계자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테디아일랜드의 법인 주소로 등록된 곳은 소호사무실로 구성된 ‘비즈니스센터’로, 테디아일랜드는 한 달 임대료 20여만원 수준의 1∼2인 규모 사무실을 임대한 상태다.

테디아일랜드의 예전 주소지(성수동)이자, B대표의 딸(C씨)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테디아일랜드패션’을 방문해서야 회사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테디아일랜드패션’ 사무실에는 여전히 ‘테디아일랜드’ 간판이 부착돼 있었다. B대표도 항상 이곳으로 출근하는 듯 보였다. 한 직원은 “(B) 대표님은 오후에나 출근하신다”고 했다.

테디아일랜드와 테디아일랜드패션은 별도 법인이다. 하지만 테디아일랜드 홈페이지에는 회사명과 예금주가 테디아일랜드패션으로 명시돼 있다. / 테디아일랜드 홈페이 화면 캡처
테디아일랜드와 테디아일랜드패션은 별도 법인이다. 하지만 테디아일랜드 홈페이지에는 회사명과 예금주가 테디아일랜드패션으로 명시돼 있다. / 테디아일랜드 홈페이 화면 캡처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만난 B대표는 기자의 방문에 꽤나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B대표는 대금 미지급과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취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도 “(그 사람들 때문에) 우리도 피해가 크다. 할 말이 많다. (기자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실이 있다. 우리 쪽도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충분한 반론권 보장과 입장 표명을 제안했지만 B대표는 사실상 답변을 거부 했다. 더 이상의 질문도, 그에 대한 답을 듣는 것도 불가능했다.

현재 테디아일랜드는 협력업체들과의 송사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로도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엔 임금을 체불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이행권고결정이 내려졌지만,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아 B대표는 150만원의 벌금형까지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임금체불 관련 소송이 여러 건이다. 전체 소송금액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마인스 A대표는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들을 모아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업체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줄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테디아일랜드를 둘러싼 파문은 생각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