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하 연합훈련) 일정 조정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남북 통신연락선이 1년여 만에 복원되면서 남북 대화 가능성이 올라갔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연합훈련 중단’을 상응조치로 꺼내들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연합훈련과 관련해 “현재의 코로나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여 방역당국 및 미 측과 협의 중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후,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그간 청와대는 김 부부장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와 관련해 “군 당국에서 밝혔듯이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처음으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우선 연합훈련 축소, 연기 등과 관련한 청와대 내 기류 변화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남북관계 뿐 아니라 코로나 상황과 전시작전권 전환 상황 등을 고려하라는 원론적인 지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축소나 연기를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에서 상응한 조치를 할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전한 바 있어,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한층 심각해진 것도 조정 이유로 거론된다. 한미가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합훈련을 연기한 만큼,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위험도가 높아진 올해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추가로 연장된다면 연합훈련 역시 축소, 일정 변경 등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방부 역시 논평을 통해 “전력 보호는 한미연합사(CFC)의 최우선순위”라면서 “모든 한미 훈련은 한국 정부와 한국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지침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이 연합훈련 조정과 관련한 상응조치를 밝히지 않는다면, 한미 역시 연합훈련 일정을 조정할 명분이 없어진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복귀 등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국내 정치권에서는 ‘김여정 하명’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만일 일정이 조정되더라도 북한의 요구와는 별개로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