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K-글로벌 백신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K-글로벌 백신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한 차세대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전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과 ‘백신 격차’ 등을 해결해야 하며, 한국이 백신 공급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5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열고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어수단은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세계적인 백신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특히 백신 보급의 국가별 격차가 심각하여 일부 백신 부국들은 ‘부스터 샷’을 계획하는 반면 다수의 저소득 국가는 내년까지도 접종 완료가 어려운 백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 ‘글로벌 백신 허브’를 국가전략으로 강력히 추진하여 인류 공동의 감염병 위기 극복에 기여하겠다”며 “백신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도전 의지와 정부의 육성 의지도 확고하다”고 했다.

◇ 백신 개발 분야에 5년간 2.2조 투입

문 대통령은 한국이 ‘전세계 백신 해결사’로 나설 수 있도록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 도약 △신속한 국산 백신 개발 등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 5대 강국 도약’을 위해 백신을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3대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선정해 앞으로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필수 소재·부품·장비의 생산과 기술을 자급화해 국내 기업들이 생산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백신 인력 양성 계획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는 “이달 중에 국내 기업 개발 코로나 백신이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백신의 상용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화이자와 모더나가 생산하고 있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생산 핵심기술의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 안에 임상시험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는 비록 늦더라도 이번 기회에 mRNA 백신까지 반드시 개발해 끝을 본다는 각오를 가져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협력 체계 강화 계획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긴밀히 협력하면서 독일, 영국 등 다른 국가와도 백신 파트너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WHO(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 글로벌 백신 연구소와 기업들과의 소통과 협력도 강화하겠다”며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등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스테파네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전화 통화를 하고 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를 하는 모습. /청와대-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스테파네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를 하는 모습. /청와대-뉴시스

◇ 백신 선도국가 역할 수행

문 대통령이 백신 생산 허브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백신 자주권’을 확보할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백신의 수요와 공급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백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글로벌 허브를 구축해 전세계에 충분한 양의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며, 선도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또한 새로운 감염병 출현 시, 이에 맞는 백신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최근 전지구적으로 이상기온과 감염병 창궐이 빈번해지고 있다. ‘감염병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하면서 식량·자원 뿐 아니라 백신도 국가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백신은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수급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제약사가 정해주는 일정과 물량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하더라도 코로나19 발발 당시의 선진국처럼 백신을 조기 개발,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번 구상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마무리발언에서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연구 역량이 향상되면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할 때 대응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는 백신 주권 확보 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수급 부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한국은 ‘K-방역’으로 방역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백신 수급이 정쟁화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정부와 여당은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국민의 불안을 누그러뜨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날 회의는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겸해서 열렸는데, 본래 추진위원장은 국무총리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국산 백신 개발과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첫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또 우리 정부가 백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야권의 ‘백신 부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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