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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잡는 AI?”… ‘디지털 치료제’가 떠오르는 까닭
“치매 잡는 AI?”… ‘디지털 치료제’가 떠오르는 까닭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1.08.11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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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의 증가와 기존 치료제의 높은 의료비용, 그리고 IT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미래엔 디지털 치료제가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아이언맨 토니스타크가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를 인공지능(AI)와 가상홀로그램으로 재현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께 하고 싶었던 말이나 못 다한 애정 표현 등을 홀로그램에 하면서 심적 부담을 더는 것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SF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IT기술을 사용한 ‘디지털 치료제’ 기술이다. 상상속의 기술이라 여겨졌던 디지털 치료제 기술은 이제 높은 시장성을 갖추면서 전 세계 IT·의료기업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 IT기로 질병을 치료… ‘디지털 치료제’와 일반의약품의 차이는?

여기서 ‘디지털 치료제’라고 우리가 부르는 것은 일반적인 의약품처럼 먹거나 접종하는 방식의 ‘물질형’ 치료제와는 조금 다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발간한 ‘KISTEP 기술동향브리프 디지털 치료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기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할 수 있다. 즉, 대신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IT기술들을 활용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키는 치료제가 바로 디지털 치료제인 셈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그 치료 효과에 따라 △대체 디지털 치료제 △보완 디지털 치료제의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먼저 ‘대체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에 단독으로 사용해 독립적으로 치료 효과를 내거나 기존 치료와 병행해 효과를 더욱 높이는 등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 디지털 치료제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의료기기 스타트업 페어(Pear)사에서 출시한 약물중독 치료앱(App) ‘리셋(reSET)이나 최초로 출시된 Pear사의 약물중독 치료앱 reSET이나 알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사에서 출시된 ADHD 치료용 비디오 게임 AKL-T01 등이 있다.

두 번째 ‘보완 디지털 치료제’는 독립적인 치료효과가 없는 디지털 치료제다. 따라서 단독 사용이 불가능하고 기존 의약품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하며, 보통 만성질환자의 복약관리 및 적정 수준의 약물공급 유지 역할 등을 한다. 

미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프로테우스(roteus)사가 개발한 위 에서 녹는 스마트 알약 등이 보완 디지털 치료제의 대표적인 예인데, 환자가 해당 알약을 먹으면 알약 속 센서 칩이 위장 속에서 심장 박동, 호흡 규칙성 등 신체 정보를 측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에서 토니스타크가 AI홀로그램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이 영화 속에 등장한 기술도 디지털 치료제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진=영화 장면 캡처

◇ “정신의학부터 중증 환자까지”… 뛰어난 효과 보이는 디지털 치료제

익숙하지 않은 형태에 일반 의약품과 다른 사용방법 때문에 일부에서는 디지털 치료제가 ‘진짜 치료제’가 맞냐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엔 디지털 치료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라는 용어 대신 ‘의료기기’를 강조해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으로서의 형태가 존재하지 않아 현행법상 질병의 치료·경감·처치·예방 목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로서, 의료기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태가 없다고 해서 일반 의약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보통의 의약품처럼 임상시험을 진행해 치료 효과를 검증받고, 의사에 의해 처방되고 있어 사실상 일반의약품과 거의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 의학 분야에서 효과가 매우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심리적 요인을 고려한 인지적 접근 방식의 상담과 행동 교정을 결합한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한 약물중독, 우울증, 불면증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폐증 등의 분야에서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약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치매, 알츠하이머, ADHD(과잉 행동 장애) 등 분야에서 행동 중재치료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신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암, 뇌졸중 등 중즐 질환에서도 디지털 치료제가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소개한 스마트 알약처럼 실시간으로 신체 상태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증 질환의 현재 진행 상황 등을 측정해 여기에 맞는 약물 치료 및 수술 등의 기존 의료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해 3월 발간한 ‘디지털치료제 기술동향과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디지털치료제 등장으로 헬스케어 시장에서 일반 의약품(drug), 의료기기(device), 헬스케어 앱(application) 간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며 “현대사회에서 급증하는 만성질환과 신경정신과 질환 등 그동안 불충분했던 치료영역에 대한 의료수요를 디지털치료제가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디지털 치료제가 이용가능한 의료 분야는 뇌졸중, 암 등 중증 질환부터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심리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PTSD 등의 정신 질환 부문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Gettyimagesbank

◇ 급성장하는 디지털 치료제 산업… “가이드라인 새롭게 정립해야”

만성질환의 증가와 기존 치료제의 높은 의료비용으로 인해 디지털 치료제가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디지털 치료 시장 역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5월 발표한 ‘글로벌 시장동향보고서- 디지털 치료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치료 시장은 지난해 21억1,780만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성장률 26.7%를 보이며 오는 2025년엔 69억46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적으로는 치료 및 케어용 디지털 치료 시장은 지난해 기준 17억4,360만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25.5%로 증가해 2025년에는 54억3,31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예방용 디지털 치료 시장의 경우엔 지난해 3억7,410만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31.5%로 증가해 2025년에는 14억7,1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치료시장 역시 지난해 4,742만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23.2%로 증가하며, 2027년에는 2억437만 달러 규모에 이르며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IT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디지털 치료제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규제체계 정립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디지털 치료제의 현황 분석 및 발전 방향(2020)’ 보고서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위한 ‘혁신적 법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제도적 개선 사항은 크게 2가지가 있다고 꼽았다.

첫 번째 개선 사항은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적용’이다. 디지털 치료제라는 신산업이 의료 현장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보험 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개선 사항은 ‘부작용 및 사이버 보안 사고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대부분이 뇌에 작용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많은데, 이용 과정에서 부작용과 해킹 등 보안사고가 발생할 시 매우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TRI는 “디지털 치료제 산업 생태계에서 지원자에 해당하는 정부와 보험사는 디지털 치료제 도입을 통한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고, 의료서비스 공급자 및 시스템 공급자와의 협의를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건강보험제도나 실손의료보험상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따라 의료기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위험관리와 의료기기의 사이버 보안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긴 하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라는 기술 특성에 맞는 기준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