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정리된다′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는 해당 발언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통화에서 ‘곧 정리된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양측의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발언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원 전 지사의 입장에 대해 이 대표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그러자 원 전 지사는 ‘녹취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 “주어로 윤석열 말한 적 없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복잡한 심경 속에서 저를 정말 아끼고 조언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마음에 따라 하루 종일 언론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었다”며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마 그분들보다 저를 더 아끼고 걱정해주실 부모님이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지사는 “지금 서로 싸우는 사람들, 나중에 알아야 될 사람들이잖나”며 운을 뗐다. 이어 “그런 부분들, 예를 들어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것들은 돌아가는 게 어떠냐 해서 옆에다가 자문을 구하는 N분의 1중 한 사람이 필요하면 저나 저쪽 사람한테 ′이건 자문을 구하는 거다′ 하면 철저히 자문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된 사안들에 대해 후보들의 의견을 구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너무 걱정말라”라며 “제가 봤을 때 저쪽 입당 과정에서도 그렇게 해서 세게 이야기하는 거지, 저거 지금 저희하고 여의도 연구원 내부조사하고 안 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거 곧 정리된다. 지금”이라며 “지사님 오르고 계신다.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원 전 지사는 “휴가 끝나고 오시면 우리 이 대표님하고 저 정도는 불문에 부치자 하면 그런 부분에 의사소통이 얼마든지 가능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준위 문제 제기는 내가 한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내용적으로 서로 이렇게 하면 안 되고, 그거 하더라도 이 후보의 의견이 어떤 의견제시다 이렇게 진지하게 좀 받아 들여달라”고 말했다.

논란의 쟁점은 이 대표가 언급한 ‘저거’의 대상이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이 부분이 윤 전 총장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현재의 갈등 상황을 ‘저거’라고 표현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서도 “제가 주어로 윤석열을 말한 적 있는지 제기한 분이 자신 있게 말씀하시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통화 당사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 대표의 녹취록 공개와 관련, ′녹취 파일 전체′를 모두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뉴시스

◇ 원희룡, 녹취 파일 전체 공개 요구

이 대표가 녹취록을 공개하자 원 전 지사는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는 파문이 확산되고 제가 긴급 기자회견을 공지하자 어젯밤 통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며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다시 말씀을 드린다. ‘곧 정리한다’는 이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발언에서 ‘입당하면서 세게 이야기하는 저쪽’을 운운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게 윤석열이 아니면 누구겠나”라며 “여의도 연구원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곧 정리될 것이고 원희룡은 오르고 있어서 축한한다는 덕담까지 했다. 이 내용을 어떻게 갈등 상황이 정리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고, 대화하면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일부 녹취록을 공개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부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녹취록을 풀기 위해 사용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클로바노트’의 정확성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대표는 지난번 윤 후보와 전화통화 녹음 파문에서도 말을 바꾸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며 “이번에도 부분 녹취록,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 일부를 풀어서 교묘하게 뉘앙스를 비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를 향해 이날 오후 6시까지 ‘녹취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앞서 이 대표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혹시나 헛된 기대 때문에 해당 대화의 앞뒤의 내용은 궁금해하지 말아달라”, “젊은 후배에게 항상 존경해왔던 선배가 할 수 있는 충고의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지사는 “전체 녹음 파일 확인하면 그 속에 있는 대화 흐름과 말이 이어지고 끊기는 맥락, 거기에 담긴 어감과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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