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글라스가 스마트폰을 이을 다음 ‘차세대 IT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인형 컴퓨팅 장치임과 동시에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VR·AR) 기술을 적용해 좀 더 실감나는 고성능 영상을 구현하고, 일반 웨어러블 기기와 달리 양 손이 자유롭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초창기 TV를 넘어 컴퓨터로, 그리고 현재 스마트폰으로까지 쉴틈 없이 이어져온 IT기기 시장의 변화의 물결은 이제 스마트폰 다음 세대의 ‘차세대 IT플랫폼’이 무엇일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옷처럼 입는 컴퓨터라고 불리는 ‘웨어러블 IT기기’ 산업도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글로벌 IT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IT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로 ‘스마트 글라스’가 주목받고 있다.

◇ 기술 발전과 코로나19로 떠오르는 스마트 글라스… 시장 성장도 가속화 예상

스마트 글라스는 안경처럼 착용하여 현실세계에 디지털 정보나 이미지를 표출하는 디스플레이 장치의 일종이다. 스마트폰처럼 개인형 컴퓨팅 장치임과 동시에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VR·AR) 기술을 적용해 좀 더 실감나는 고성능 영상을 구현하고, 일반 웨어러블 기기와 달리 양손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스마트 글라스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아닌, 제법 오래 전부터 IT업계에서 주목했던 기술이다. 지난 2012년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최초로 공개하면서 스마트 글라스는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당시 구글이 공개했던 구글 글라스는 ‘눈에 쓰는 컴퓨터’라는 별명을 얻었고,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180만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 불편한 착용감과 스마트폰에 비해 크게 모자란 네트워크 기능 등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지난 2012년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최초로 공개하면서 스마트 글라스는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너무 비싼 가격과 실용성 등의 문제로 대중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진은 구글 글라스 초기 모델 익스플로러 에디션(Explorer Edition)을 착용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 / 사진=이베이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최근 5G통신 기반의 우수한 초고속 네트워크망이 활성화되면서 VR·AR기술 발전이 크게 향상됨에 따라 스마트 글라스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 구글, 애플 등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형 스마트 글라스 모델들의 경우,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AP)의 탑재, 무선통신 모듈, 고화질 투명 디스플레이, VR·AR기능 등이 탑재돼 기존 모델보다 성능 면에서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스마트 글라스가 다시 떠오르게 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달리 자유롭게 두 손을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IT플랫폼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한국IR협의회는 12일 발간한 ‘커넥티드 스마트 글라스’ 보고서에서 “커넥티드 스마트 글라스는 2012년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공개한 이후 8년 만에 다시 관심받기 시작했다”며 “코로나 시대로 계속되는 언택트 상황에 증강현실을 실현할 H/W 장치로 부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ㄹ했다.

이 같은 이유들로 스마트 글라스 시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일렉트로닉스, 자동차 등 다양한 용도에서의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2027년까지 대폭적인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인포메이션은 “특히 액티브 스마트 글라스 부문이 대폭적인 성장을 나타내면서 2027년에는 53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며 “용도별로는 건설·건축 부문이 예측기간 중 10%의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로 급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마트 그린 빌딩 등의 전환이 이 부문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 글라스는 의료계 및 산업현장 등에서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구글 글라스는 대중화에는 크게 성공하진 못했으나. 산업현장 및 의료현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구글 홈페이지 캡처

◇ 의료·산업계에서 유용한 스마트 글라스… “일반 상용화까진 최소 5~10년 걸려”

IT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 글라스는 의료계 및 산업현장 등에서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두 손을 활용해 수술을 진행하면서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환자의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고 산업 현장의 경우, 위험한 작업 도중 실시간으로 현장 정보를 입력받으며 자유로운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IR협의회에서 12일 발간한 ‘커넥티드 스마트 글라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미국 스탠포드 의과대학원의 경우, 의사가 구글 글라스를 착용하고 환자를 수술하는 실험을 시행했는데 상당히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생체 징후를 모니터링하는 별도의 인력 없이 의사 혼자 수술과 모니터링을 동시해 진행했다. 구글 글라스를 착용한 의사는 환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기존보다 신속하게 발견하면서 수술할 수 있어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운송기업인 DHL의 경우엔 2019년 구글, 뷰직스, 유비맥스와 함께 AR 기반의 커넥티드 스마트 글라스를 활용한 비전피킹 시스템을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면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물류창고 내 특정 제품의 구역 및 위치, 주문 수량, 하역장소 등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확인하여 업무 중 두 손을 자유롭게 활용 할 수 있다. 

특히 DHL은 작업자가 스마트 글라스를 사용한 결과, 일일이 제품의 바코드 스캔 및 리스트를 확인하지 않아도 돼 생산성이 평균 15% 이상 향상됐고, 신규 작업자를 위한 교육시간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의 경우도 풀무원에서 지난 4월부터 국내외 생산기지에 스마트 글라스를 도입해 격 설비 검수 및 현장 트러블 해결, 내부 교육 등에 이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은 스마트 글라스가 대중화되기 위해선 최소 5~1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bank

다만 스마트 글라스가 산업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에 비해 대중화의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앞서 구글 글라스와 마찬가지로 착용 시의 불편함과 비싼 가격, 콘텐츠의 부재 등으로 대중화까지는 최소 5~10년은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가트너의 투옹 응우옌(Tuong Nguyen) 애널리스트는 “애플, 알파벳,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세련된 스마트 글라스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지만, 대중화가 되기 위해선 5~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Snap)의 CEO 에반 슈피겔도 지난 2019년 열린 TechCrunch Disrupt 컨퍼런스에서 “MS나 구글 등 기업들이 스마트 글라스를 만들어 판매 중이지만 이러한 장치들 중 어느 것도 히트작이 되진 못했다”며 “스마트 글라스를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게 되는데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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