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통화 내역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벌이면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0년간 보수당의 개혁을 외쳐온 오랜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내 일처럼 기쁘다.” 

지난 6월 11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선을 치켜세웠다. 미래로 가는 혁신정당을 보여줬고, 이 대표가 그 변화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불과 두 달 만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는 18일 ‘곧 정리된다’는 발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벌였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한다.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전날(17일) 페이스북에 녹취록을 공개하며 해당 발언이 ‘당내 갈등’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 기자회견 이후에는 페이스북에 “그냥 딱합니다”라고 적었다.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는 원 전 지사의 요구에도 “지금 상황에서는 응할 생각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깊어진 감정의 골을 보여준 셈이다.

이들의 관계 변화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이 대표는 당선 이후 제주도를 찾아 원 전 지사를 만나는 등 막역한 관계를 자랑했다. ‘쪽방촌 봉사활동’과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 ‘이준석 패싱’ 논란이 불거진 자리에도 원 전 지사는 그와 함께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이 대표에게 날을 세운 것은 경선준비위원회의 월권을 지적하면서다. 원 전 지사는 지난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컷오프를 몇 명을 하니, 뮤직비디오를 찍느니 등 홍보기획안에 대한 내용을 경준위가 확정된 것처럼 앞질러 가는 것은 월권”이라며 “이 아이디어들의 상당 부분이 이 대표 자신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데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직격했다. 지난 13일 페이스북에는 “이 대표의 오만과 독선, 좌시하지 않겠다”며 “지금 이 대표는 성공의 기억과 권력에 도취해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관리위원장에 서병수 현 경준위원장을 앉히자는 이 대표의 의중에 반발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미 경선 공정성이라든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부분이 결국 서 위원장을 통해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제가 간곡히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유승민 견제하고 주목도 높이기

당내 경선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이면에는 사실상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을 밀어주는 듯한 상황에 대한 불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 언론사 유튜브에 출연해 이 대표가 ′유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재조명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물론, 유 전 의원 측은 이러한 ′추측′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유승민 캠프 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은 전날 JTBC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과거의 당 대표 되기 전 발언을 갖고 지금 꼬투리 잡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캠프 대변인인 김웅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유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할 거면 인선이든지 무슨 룰에 있었을 때 편의를 좀 봐줘야 되는 건데, 지금 이 대표의 인선 중 유승민계, 친유 그룹이 누가 있나”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원 전 지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가 과거에 했던 발언 등과 관련해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 않느냐, 아니면 누구 편을 들 생각을 갖고있지 않느냐라는 의혹이 당 안팎에 파다하게 있는데, 이것을 당대표가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 규칙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대표는 실제로 아무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 입장에선 유 전 의원을 견제하는 동시에 주목도를 높일 기회를 잡은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재 누가 봐도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깎아내리고 유 전 의원을 키우려는 모습”이라며 “(이 대표의 유튜브 발언 등) 그런 편견과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계속 윤 전 총장을 물 먹이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누구도 이야기 못하는 상황에서 원 전 지사가 치고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함으로써 원 전 지사는 상당 부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최종 4인 컷오프에 윤석열, 홍준표, 최재형이 들어가고 나머지 한 자리를 경우에 따라 유승민이 아닌 원희룡이 갈 수 있다. 굉장히 중요한 싸움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